[앙드레김-이승재기자의 테마데이트]프로페셔널

  • 입력 2002년 2월 14일 14시 16분


이〓프로페셔널은 외롭다고들 합니다. 선생님, 외로우십니까?

앙〓외롭다기보다는 고독합니다. 룸살롱이나 노래방, 포커나 고스톱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든 것에 저는 굉장히 익숙지 않아요. 그러나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자신이 존경받고 존중받고 우상화되기를 바라는 것도 참 착각이죠? ‘화려한 고독’이라는 게 있어요. 굉장히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독한…. 독창적인 세계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어렵고 외로운 길도 걸어야죠. 저는 디자인이 천직이라고 생각했고, 또 잘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기 때문에 외로움과 아쉬움과 마음상함도 빨리 잊어 버릇합니다. 주위를 보면 늘 일에 대해 징징대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저는 굉장히 궁금해요.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전직(轉職)을 해야 하는데, 일은 또 그냥 하잖아요? ‘내가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지’하고 최선을 다할 때는 불평할 시간이 없지 않나요?

이〓선생님에게선 강한 카리스마가 발견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카리스마적 인간은 우뇌(右腦) 성향이 강하다고 하죠. 우뇌는 예술성 추상성 등 직관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부문을 관장합니다. 카리스마적 인간은 그래서 자기확신과 배우적 기질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고 하죠. 하지만 일부에선 선생님의 독특하고 다소 여성스러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해 부정적입니다만….

앙〓저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나 매스컴이 좋아하겠지’ 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게 저의 스타일인가를 생각했죠. 제가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반드시 표출했고, 또 정말 싫어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작위적인 이메이지(이미지)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상식이죠. 자신에게 천부적이라고 느껴지는 이메이지로 자신을 관리해야 합니다. 자신의 세계도요. 여성의상을 디자인하는 제가 우락부락해야 정상일까요? 때로는 여성보다 더 섬세하고 철저해야 하구요.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저 또한 완벽한 인간이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옷으로 저를 평가해 주세요. 제 얘기는 아니지만, 한국에는 뛰어난 브레인들이 많은데, 참 아쉽게도 시기와 비난이 많아서 나라가 발전하는 데 저해요소가 된다고 생각해요. 정치적인 것도 그렇죠. 언젠가는 새로운 세대들이 자라나면서 변화될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미국의 경영학 전문가 피터 드러커는 93세의 나이에도 집필활동을 계속합니다. 그는 “당신이 쓴 수많은 책 가운데 어떤 책을 최고로 꼽겠는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다음에 나올 책이지요”라고 대답할 만큼 자기계발을 뜨겁게 진행 중이죠. 선생님도 설과 추석연휴을 제외하면 하루도 쉬지 않으시는 걸로 압니다.

앙〓일하는 게 쉬는 거죠. 설이나 추석 때도 일하고 싶은데 의상실 직원들도 고향에 가야 하니까…. 그 때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불편하고 지루하고 즐겁지 않아요. 40여년간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야죠. 주위에서 자서전을 쓰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간혹 하는데요, 짜증스러워요. 아직 저는 인생을 정리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서전을 쓰는 순간 제 프로페셔널로서의 커리어는 끝나는 거죠. 신문 영화평을 보면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영화다’란 표현이 나오잖아요? 위트 있는 표현이지만 시간을 ‘죽이는’ 현실이 아쉽게도 느껴져요. 저라면 그 시간을 아들과 함께 하면서 아들의 눈빛에서 디자인의 수많은 영감을 떠올릴 거예요. 장기를 두거나, 술을 마시고 울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즐겁고 스트레스는 풀리겠지만, 번뜩이는 독창적인 세계가 거기에서 탄생하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죠. It’s wasting of time!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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