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타인의 취향

  • 입력 2002년 1월 17일 14시 52분


영화 ‘타인의 취향’을 비디오로 봤다. 주인공의 아내가 인상적이었다.

온통 집안을 분홍색 꽃무늬 일색으로 치장하는 게 취미인 그녀는, 그 끔찍한 취향을 끝없이 시누이에게 강요한다. 가진 게 없어 오빠의 신세를 져야 했던 시누이는 올케가 집을 구해 주고 멋대로 집안을 꾸미는 걸 두고만 본다. 그러다가 치장이 다 끝나자 어느날 묵묵히 그걸 다 걷어내고 자기 취향대로 다시 집안을 꾸미는 것으로 올케에게 복수한다.

아직 삼십대 초반인 한 남편.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신보수파’의 경향이 강했다. 가부장적인 권위를 고스란히 대물림해 오면서도 아무 반성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아내한테 미주알고주알 잔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밥 먹고 5분 안에 식탁을 치우지 않으면 깔끔하지 못하다며 아내를 타박했다.

이건 한 예일 뿐, 이 남편은 자신의 사고방식과 취향을 아주 고르게 아내한테 강요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조금이라도 반항하거나 싫은 기미를 보이면, ‘난 다 옳은데, 넌 다 틀리다’는 식이었다. 그는 밥 먹고 5분안에 식탁을 치우든 안 치우든 그게 대체 살아가는데 무슨 문제냐는 이의제기 자체를 용납하지 못했다.

물론 그런 태도는 대인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자연히 그의 인간관계는 부드럽지 못했다.

경직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는 누구한테나 쉬운 일이 아니어서,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견디다 못한 아내가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시작하자 처음으로 허둥대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부부면담을 진행하면서 천만다행스럽게도 자신의 대인관계 전반을 새롭게 검토하는 기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와 같은 타입이 빠지는 오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그걸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타인이 나와 다른 생각과 취향을 가졌다면 그건 말 그대로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할 때, 대인관계는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www. mind-open.co.kr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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