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나무도 보고 숲도 보세요

  • 입력 2002년 3월 29일 17시 13분


평생 선방(禪房)만을 지킨 수경스님은 최근 선방을 경기도 송추 원각사 입구로 옮겼습니다. 그곳은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저지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 10여명이 움막을 짓고 농성을 벌이는 곳입니다.

요즘, 북한산은 서울 외곽 순환도로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스님들로 시끄럽습니다. 불교계는 북한산을 관통하는 이 도로가 주요 사찰 30여곳의 환경을 파괴하고 국립 공원의 산림을 훼손 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보름 전 원각사 입구 공사 현장에서 건설사 직원들이 비구니 스님들에게 물리력까지 행사하자 급기야 종단 차원에서 공사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경 스님은 초췌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일이 단순히 공사를 한다, 안한다 차원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더 이상 끝간 데 없는 발전과 개발담론을 이제는 한발짝 물러서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산 문제를 지난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지요.

정부와 건설사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불교계역시 불사(佛事)라는 명분으로 도로나 주차장을 만들며 산림을 훼손해 온 업보(業報)가 있기 때문에 불교계의 움직임이 이익집단적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후사정이야 어찌됐든, 이번 일은 수경스님 말씀대로 사찰 몇 개에 국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전제속에서 더 이상 국가 전체가 개발과 건설이라는 화두 하나로 줄달음쳐야 하는 지 깊게 물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듯 보입니다. 마침, 4월5일 식목일도 멀지 않아 나무와 관련한 책들을 1면으로 고르면서 북한산 문제가 상생(相生)의 원리로 풀려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졌습니다. 일요일인 31일에는 농성현장에서 나무심기 행사와 어린이 그림그리기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아이들 손잡고 봄구경삼아 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문의 02-720-1656)

소개하고 싶은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 한 주였습니다. 그중에서 투기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 낸 ‘튤립’(이소) 기사가 파리 국제 도서전을 소개하느라 빠졌습니다. 다음주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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