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출판계 "최대불황" 엄살

  • 입력 2002년 1월 13일 17시 29분


매년 통계를 집계해온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최근 ‘2001년 출판통계 집계’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협 납본을 통해 집계된 신간 도서 발행량은 만화를 포함해 총 3만4297종에 1억1717만부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에 비해서는 종수가 1.9% 감소했지만 발행부수는 3.7% 늘어났다.

출협의 통계대로라면, 특히 예술 역사 사회과학 문학분야 도서는 전년에 비해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9%까지 감소해 인문학 관련 도서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얼핏보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비명이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출판통계 자료로 매년 출판연감에 실려 해외에까지 배포되는 이 자료에는 중대한 허점이 있다. 출협에 납본하는 신간의 초판만이 통계로 잡히기 때문에 미납본 도서와 재판 발행 구간 부수, 해당년도 신간 중판 발행 부수 등 적지 않은 데이터가 빠져 있는 점이다.

출협측도 이를 인정한다. 출협의 한 관계자는 “매해 발행되는 전체 신간 중 미납본 도서가 계속 늘어나 전체의 30%에 이르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간의 재판 인쇄량과 조사년도 이전에 초판 발행된 구간의 재출간 분량 역시 신간 초판의 50%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협의 추정대로라면 출협의 출판 통계는 실제와 적어도 50% 이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출판계는 이 통계를 근거로 출판불황이라고 주장해왔다.

얼마전까지 주요 출판사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출판계가 몇 년째 불황이라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상위 10위권 출판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모두 IMF 시기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그간 책값 상승분을 빼더라도 수금이 이 정도라는 것은 출판이 과거 90년대 초반처럼 폭발적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계가 과연 위기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단과 사회적인 대처방안은 정확한 통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의무 납본제도를 현실화하시키자는 제안도 없고, 국립중앙도서관도 관련 통계 수집에 손을 놓고 있으며, 대형서점 역시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입고 및 판매자료를 90년대 중반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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