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야생동물들의 슈바이처…‘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입력 2008년 2월 2일 03시 02분


사진 제공 진선북스
사진 제공 진선북스
◇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다케타즈 미노루 지음·김창원 옮김/280쪽·1만3800원·진선북스

초등학교(소학교) 때 등굣길에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를 구경하다 지각하는 바람에 복도에서 벌을 섰던 아이, 아직 보지 못한 생물들이 보고 싶어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 했던 아이.

일본 열도의 남쪽 규슈 오이타에 살던 이 어린이는 결국 수의사가 되어 그 꿈을 이뤘다. 가장 북쪽인 홋카이도 시골마을 고시미즈의 진료소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가방 속에 청진기와 쌍안경, 노트를 넣고 북쪽 지방의 작은 마을로 향한’ 한 일본 수의사의 자연 다큐 에세이다.

그곳에서 만난 자연과 생물,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훈련, 자연을 닮은 마을 사람들의 순수한 삶 등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

홋카이도에서 야생생물과 함께한 저자의 30년 삶은 감동과 흥미 그 자체다. 지진으로 작은 집이 무너지자 아예 숲 속으로 들어간 이야기, 숲 속 작업실에서 밤늦게까지 불을 켜 놓고 있으면 벌레들이 모여들고 그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개구리가 몰려든다는 이야기, 가을이 되면 잠자리 떼가 몰려와 집 벽을 형형색색의 무늬로 수놓는다는 이야기, 겨울엔 뒷산에 전등을 켜놓고 밤마다 담비와 눈싸움을 한다는 이야기…. 순수한 동심을 되돌려 주는 이야기들이다.

야생동물들을 치료해 주는 이야기는 특히 감동적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여우를 치료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애태웠던 대목을 읽다 보면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의사로서 마지막 처치를 준비하던 일, 그 순간 “이것 봐요. 헬렌(여우의 이름)의 얼굴이 편안해졌어요”라고 말하던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끝내 눈을 감고 만 여우 헬렌.

시종 잔잔한 내용이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물질문명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 자연과 인간은 서로 단절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90여 컷의 사진이 홋카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매력적으로 전해 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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