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꽃의 제국´ 펴낸 강혜순 교수

  • 입력 2002년 7월 12일 17시 47분


전공이 ‘식물번식생태학’이라고 하면 대단히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를 전공으로 하는 강혜순 교수(성신여대 생물학과·46)가 늘 보고 만지며 연구하는 것은 ‘꽃’이다. 식물의 번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꽃이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꽃이 필 때 동물을 불러 유전자가 실린 꽃가루를 나르는 심부름을 시키지요. 그래서 동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색, 모양, 크기, 향기, 꿀 등으로 치장을 해요. 꽃의 이런 교묘한 전략을 이해할 때마다 저도 감탄을 하게 되지요.”

강 교수의 저서 ‘꽃의 제국’(다른 세상)은 식물의 탄생부터 식물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기까지 식물의 역사와 그 생존 번식 전략을 담았다.

“약 4억 년 전 식물이 나타난 이래 꽃과 열매는 긴 세월 동안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구조이기 때문에 엄청난 자연의 원리가 숨어 있어요.”

언뜻 보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동물, 특히 인간인 듯하지만 실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와 중량을 차지하는 것은 식물이다. 강 교수는 이런 꽃의 생존 전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 책에 많은 사진을 담았다.

“접사(接寫) 사진이 많아요. 그냥 눈으로 지나치며 보는 것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재미가 다르지요. 그런 미세한 구조까지 보면서 꽃의 기능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면 해요.”

꽃에 관심을 기울이고 꽃에 대해 좀더 알면 꽃을 더 사랑하게 되리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랑과 관심은 꽃과 식물에서 그치지 않으리란 기대도 담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지나가요. 예전처럼 꺾어 가지는 않지요. 많이 좋아진 셈이에요. 그런데 그 꽃의 의미를 알면 꽃을 더 사랑하게 될 거예요. 꽃의 모양과 색깔 등이 어떤 역사 속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게 됐는지, 그리고 동물이나 곤충과의 상호작용은 어떤 것인지를 알면 꽃을 더 사랑하게 될 뿐 아니라 동물, 숲, 그리고 우리 국토 전체까지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의 전공인 꽃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자연 전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구의 생물을 유지하는 에너지는 빛이고, 빛을 이용해 직접 유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은 오로지 광합성을 하는 조류와 식물뿐이에요. 식물들은 균류와 곤충,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번식과 성장을 하지요. 어떤 생물도 홀로 살아갈 수는 없어요. 종이 많을수록, 다양할수록 생물간의 관계가 어우러져 유연한 생태계를 만들어내지요.”

지금까지 자연을 보존한다고 하면 꽃이나 동물 일부를 가둬놓고 보존했지만 진정한 보존은 이들을 자유롭게 번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 교수는 강조한다. 사실상 인간을 포함한 개체는 종족의 번식을 위해 유전자를 운반하는 매개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반도 생태계 비정상적인 변화와 훼손을 걱정하는 강 교수는 이제 한반도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수종이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소나무와 참나무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들의 생활을 통해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좀더 포괄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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