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새 먼나라 이웃나라'한국편 펴낸 이원복교수

  • 입력 2002년 4월 26일 17시 17분


만화가 이원복(56·덕성여대 산업미술과) 교수가 ‘새 먼나라 이웃나라’ 한국편을 펴냈다. 1987년 고려원에서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6개국을 소개한 여섯 권을 출간한 이후 350만부가 나간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98년 7월 김영사로 출판사를 옮겨 ‘새’라는 접두어를 달아 새로 출간된 후에도 해마다 20만부씩 나가는 스테디 셀러다.

이 교수는 풍부한 지식과 적절한 상황설정, 감칠맛 나는 대사로 한번 읽고 마는 것으로 취급받던 만화책을 가족 애장도서로 사랑받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한국편은 본래 첫 집필 때부터 가졌던 꿈의 결실입니다. 지금까지 시리즈는 이번 한국편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밖을 통해 안을 보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그의 책은 일반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참모습과 의식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멀게만 느껴지던 유럽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문화적 전통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일본편’은 일본을 가해자가 아닌 ‘그저 외국으로 보는’ 문화 상대주의적인 입장에서 그렸다.

따라서, 그의 책은 딱딱한 세계사를 단순히 만화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만이 보는 세계와 문화와 삶에 대한 시선이 녹아 있는 문화비평서인 셈.

이번 한국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충(忠), 정통’, 중국은 ‘일(一), 하나’, 일본은 ‘화(和), 평화’ 라는 키워드로 읽는다.

“중국이 2000여년 동안 두 번의 분열기를 제외하고 계속 통일 국가를 유지해 온 가치는 ‘하나’ 즉 ‘으뜸의 정신’입니다. 일본은 외부 침입보다 내부 분열이 더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서로 부딪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조화의 문화입니다. 한국은 반도라는 특성상 ‘살아 남아’ 민족을 보존하고 늘 싸울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타성을 띨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일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막아내며 공동체를 지향하는 평등주의 연고주의같은 것들은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낸다’는 충 사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끝없이 늘어서 있는 아파트’ ‘건물을 뒤덮은 간판의 숲’ ‘학생운동 노동운동의 과격성’ ‘명절 때의 민족 대이동’ ‘1990년대초 노래방 열풍’을 비롯, 40년만에 국민소득을 거의 200배 가까이 늘렸다든지, 30년만에 전국민의 35%가 기독교화했다든지, 가족 중심주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남한의 재벌 자본주의와 북한의 세습독재같은 것을 예로 꼽고 있다.

“포항제철의 기적에서 볼 수 있듯이 오기와 집념은 불가능이 없게 하지만 절차와 순서를 무시하고 상식과 원칙을 벗어 나는 행동을 만들어 냈습니다. 헝그리 정신은 배금사상을 낳았고 교육열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학벌주의를 만연시켰습니다. 강력한 개발독재는 경제를 부흥시켰지만 국민들이 정치를 냉소하게 만들었고 우리식 모델이 없는 경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사회 지도층의 모범과 열린 공동체주의로 국민들이 폐쇄성을 극복할 때 우리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으리라 조언한다.

그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국토를 발로 훑어 기록한 한국의 랜드맵(land map)이라면 이 책은 우리 스스로 눈엔 잘 보이지 않는 한국인의 의식과 사고방식을 나름대로 정리한 한국인의 마인드맵(mind map)”이라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