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엄마', 모성에 굶주린 연산군의 내면 그려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39분


“연산군은 폭군, 심지어 여성 편력이 심한 변강쇠의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난, 그를 ‘시인’으로 생각합니다. 너무나 섬세해 쉽게 상처받았던 인간이죠.”

‘산씻김’ ‘0.917’ ‘카덴자’ 등 잔혹극으로 유명한 연출가 채윤일. 그가 15일부터 서울 동숭홀에서 연산군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 ‘엄마’를 무대에 올린다.

연산군의 극적인 삶은 연극에서도 좋은 소재였다. 이윤택은 유인촌이 타이틀롤을 맡은 ‘문제적 인간 연산’을 통해 연산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접근했다. 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작인 ‘이(爾)’(극단 연우무대)는 연산군의 동성애 파트너였던 광대의 눈을 통해 연산의 고뇌와 예술가적 감성을 다뤘다.

“지난해 서점에서 신봉승 선생이 편찬한 ‘시인 연산군’이란 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 연산군의 시가 124편이나 실려 있습니다. 시를 쓰는 인간을 그냥 폭군으로 매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엄마’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연산군이 지닌 광기의 원인을 모성 결핍에서 찾고 있다. 모친인 폐비 윤씨가 엄격한 아버지(성종)와 할머니(인수대비)에 의해 사사(賜死)된 것이 연산군의 끊임없는 여성 탐닉과 광기로 이어졌다는 것.

‘엄마’는 연산군의 내면을 파헤친 심리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연산군과 장녹수의 애증, 연산군을 둘러싼 권력의 갈등이 펼쳐진다.

채윤일은 “이 작품은 임금이기에 앞서 자유를 쫓는 한 인간의 내면에 관한 보고서”라며 “어떤 면에서 연산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917’ ‘카덴자’ ‘불가불가(不可不可)’ 등을 통해 채윤일과 호흡을 맞춰온 김종철이 연산역을 맡았다. ‘산씻김’ ‘통일 익스프레스’의 이영숙이 장녹수로 출연한다. 이밖에 장우진 이종국 정효인 황옥경 등이 등장한다. 월∼금 오후 7시반, 주말 오후 4시 7시. 2만원. 02-780-6343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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