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버자이너 모놀로그' 여과 없는 性 메시지…공격적 진행

  • 입력 2001년 5월 22일 20시 02분


이브 엔슬러 원작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

작품은 엔슬러 자신처럼 보이는 진행자(김지숙)가 수시로 배역을 바꾸는 두 여성(이경미 예지원)과 버자이너(Vagina·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진행자는 첫 대사에서 관객에게 왜 보∼지 라고 부르지 않느냐 고 따진다. 잠지, 거시기, 냄비, 조개 등으로.

엔슬러의 시각은 명백하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신체의 부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것 자체가 남성 중심의 사회와 비뚤어진 성 관념의 증거라는 것이다. 배우들의 대화는 음모를 깎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남편의 성적 학대와 동성애, 강간당한 보스니아 여성의 고통 등 질이 겪는 경험으로 옮겨진다.

버자이너∼ 는 최근 공연된 작품 중에서 성(性)과 관련된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됐지만 선정적이지 않다. 질의 경험이 곧 여성의 경험이자 여성이 사회속에서 겪는 편견과의 싸움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연극적 구성에서는 벗어나 있다. 메시지를 여과없이 전달하는 공격적인 직설법은 라디오나 TV의 토크쇼를 연상시킨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얻는 감정의 곡선은 연극적인 것이 아니라, 방청석에서 토크쇼를 지켜보는 현장감에 가까울지 모른다.

무엇보다 마지막 부분에서 버자이너의 성스러운 임무로 출산을 다룬 것은 상투적인 결론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은 19일 오후7시반 공연에서 배우 김지숙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불안한 연기를 보이다 45분만에 퇴장, 공연이 중단되는 바람에 환불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6월3일까지 화∼금 오후7시반(화금 3시 공연 있슴), 토 오후3시 7시, 일 오후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2만∼3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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