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엄마의 와우! 유럽체험]쾰른의 카니발

  • 입력 2001년 2월 19일 15시 12분


오늘은 카니발을 보기 위해 쾰른으로 가는 날. 카니발은 원래 게르만족의 즐거운 봄맞이 행사로, 중세 기독교 색채가 가미되어 나타난 독특한 축제입니다. 그 전 해의 11월 11일 11시 11분에 시작해서 로젠몬탁(장미의 월요일)까지 계속되지요. 장미의 월요일이 지나면 재의 수요일이 오고, 이때부터 40일간 고기를 먹지 않는 사순절이 시작되거든요. 그 전에 실컷 먹고 마시면서 삶의 기쁨을 음미하자는 뜻에서 생겨난 것이 카니발이에요. 로젠몬탁은 해마다 다르지만, 보통 2월말에서 3월 초. 그러니까, 새 봄이 시작되면서 카니발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당연히,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시기는 로젠몬탁으로 이어지는 주말. 나우네도 호텔 방 구하기가 힘들어 포기하려던 찰나, 갑자기 취소된 호텔 방이 하나 나오는 바람에 용케 피크타임의 카니발을 구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나우네 가족은 돌아다니라는 운명인지?

그러나, 이런 요행이 생길 확률은 매우 희박하므로, 카니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 전해 11월 11일부터 관광청을 통해 호텔예약도 하고, 정보도 모아 두시는 게 물론 현명하겠죠. 꼼꼼히 준비해서, 로젠몬탁 퍼레이드, 화요일에는 지푸라기 인형 화형식, 수요일에는 저녁식사로 생선을 먹는 독일의 카니발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울 테니까요.

카니발이 열리는 쾰른 중앙 역에 도착해서 고개를 들면,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는 쾰른 대성당이 바로 보입니다. 쾰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대성당은 역에서 걸어 5분 거리. 그런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대문이 꼭꼭 닫혀 있는 게 아닙니까? 관리인 아저씨 말씀이, 카니발 기간에는 온 독일인이 술에 취하기 때문에, 성당에서 난동을 부릴까봐 문을 걸어 잠궜답니다.

실물을 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건너편 관광청에서 쾰른 대성당의 내부를 자세히 설명하는 슬라이드 쇼가 상영되어 뜻밖의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높이 157미터. 길이 144미터. 폭 86미터. 1248년 착공해서 1880년 완성한 무려 600년간이라는 기간이 걸려 완공된 고딕양식의 대표적 카톨릭 성당이라는군요. 특히 제단의 스테인드 글래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아름다움이 놀랍다는 설명. 오른쪽에서 층계를 올라가면 퀼른 시의 전망이 한눈에 보인다고 하니 도전해 보시죠. 509개의 계단을 개의치 않으신다면...

대성당이 문이 닫힌 카니발 기간에는, 성당 주변 환경마저 매우 인간적입니다. 성당 정문 바로 옆에 설치된 놀이동산. 각종 먹거리, 맥주 스탠드가 즐비해서, 구수한 장터를 연상케 하는군요. 벌떼로 변장한 악대들은 대성당 앞 광장을 점령하고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고, 구경꾼들도 저들마다 정성껏 분장을 하고서 축제 분위기에 젖어드는 모습입니다.

점심을 먹을 겸 들른 곳이 쾰른의 유명한 주점 프뤼(FRUH).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건만, 벌써 카니발 인파들은 거나하게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움빠 움빠 움빠빠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쾰른의 명물인 소시지 모듬 접시와 함께, 쾰쉬비어(kolsch bier)를 맛보며, 합창소리에 맞춰 구두 굽으로 쿵쿵 박자를 맞추다 보면, 순박한 축제 인파와 즐겁게 하나가 되지요.

쾰른의 카니발은 온 종일 맥주를 마시는 날. 웨이터가 아예 맥주 잔이 10개씩 들어간 가방을 어깨에 매고 다니며, 잔이 빈곳에는 척척 새 맥주 잔으로 바꾸어 주고, 계산서에 추가표시를 합니다. 사양하지 않으면 한없이 바꾸어주니, 확실하게 의견을 표시해야 합니다. 특히 쾰른의 맥주는 물 같이 순하기 때문에 과음하기 쉽다는 걸 잊지 맙시다.

하이라이트인 로젠몬탁의 퍼레이드를 보려면, 아침 10시경에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이 좋아요. 리허설이며, 참가자들이 분장하는 모습을 보며 산책을 하는 것도 즐겁구요. 수십 개의 화려한 수레가 하나 하나 등장하며, 사탕과 초컬릿, 꽃을 뿌리면, 서로 받으려고 달리는 모습도 웃음 짓게 하죠.. 동양인 가족은 우리 뿐이라, 후하게 선물을 받았는데, 그때 쾰른에서 받았던 사탕과 초컬릿은 아직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독일생각이 날때면 꺼내 먹고 있답니다

쾰른에 들른 김에, 4711 향수가게에 들러 오데코롱을 사두시면 좋은 추억이 됩니다. 샤워를 한 후 사용하는 오데코롱은 불어로 쾰른의 물이라는 뜻. 쾰른에 있던 프랑스 병사들이 아내를 위해 이곳 4711에서 만든 쾰른의 물을 가져간 것이 유래가 되어, 오데코롱은 향수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쾰른의 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비법이 베일에 감추어져 있다니, 더욱 둘러볼만한 곳이죠.

쾰른하면 어떤 이는 박람회의 도시라 부르고, 어떤 이는 대성당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나우네 가족에게는 창문에 걸터 앉아 밤새 춤추고 노래하던 축제의 밤이 떠오르지요.

질서와 규칙, 절제의 정사각형에서 빠져 나와, 디오니소스의 자유를 만끽하는 카니발의 정취는 독일 여행객이라면 꼭 맛보아야 할 즐거움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한창이겠군요. 살아있음 그 자체가 축복인, 쾰른 카니발의 낭만!

나우엄마 (nowya2000@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