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시장②]전속화랑이 주식공모 주간사 역할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28분


서울옥션대표· 경매사
서울옥션대표· 경매사
미술품도 하나의 투자대상이라면 미술품은 어떤 경로를 거쳐 유통되고, 그 가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일까? 물론 성숙된 선진국의 미술 시장과 미발달된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비슷하다.

주식시장과 비교해 설명해보자.

주식회사가 주간사 증권회사를 통해 주식을 공개하듯 작가는 보통 전속화랑을 통해 자기 작품을 시장에 선보인다.(물론 모든 작가에게 전속화랑이 있는 건 아니다. 또 있더라도 인간관계나 정리가 우선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전속관계가 철저하게 계약에 의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주간사회사가 최초 상장가격을 정하듯 전속화랑은 전시가격을 정한다.

또 주간사회사처럼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 작품의 가격을 유지하고 시장을 조성하는 데 묵시적인 책임도 지게 된다.

주식이 상장 후부터 시장의 흐름에 맡겨지듯이, 작품 역시 일단 시장에 나오게 되면 그 가격은 화랑이나 작가의 손을 떠나게 된다.

시장에 등장한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유통경로를 거치면서 다른 화랑들을 통해서도 거래되게 된다. 작가나 화랑이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가격을 고집할 경우, 후에 자세히 논하겠지만, 비슷한 질의 상품에 두 개의 가격이 형성되는 ‘이중 가격’ 문제가 대두된다.

상장된 주식이 끊임없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과 평가의 대상이 되듯이 시장에 나온 작품 역시 많은 평론가들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에서의 주가가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의해, 그리고 개인 및 기관 투자가들의 주문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듯이 작가의 작품 가격 역시 평론가들의 평가에 의해 혹은 컬렉터(개인, 화랑, 미술관 등)들의 동향에 따라 끊임없이 시장에서 검증되고 평가되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모든 자산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보면 본질가치에 수렴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급에 의해 등락하듯이, 미술품 역시 단기적으로는 ‘본질적인 예술성’보다는 수급에 의해 값이 결정된다. 특히 현재 활동하는 젊은 화가일수록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본질가치와 시장가격이 벌어질 때 ‘투자 기회’는 발생한다.

그러나 작가 당대에 예술성에 대한 평가를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빈센트 고흐가 살아 생전 그의 후원자이며 화상(畵商)이었던 동생 테오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그림을 팔아 본 적이 없고, 우리나라 최고의 화가인 고 박수근 선생이 국전에서조차 떨어졌었다는 일화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순응 서울옥션대표·경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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