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찜쪄먹기]성간물질을 원료로 이용하는 우주선

  • 입력 2001년 1월 29일 11시 01분


램제트 우주선 레오노라 크리스틴호는 새로운 식민지 건설의 꿈을 안고 지구에서 출발한다. 태양계에서 33광년이나 떨어진 처녀자리 2등성을 향하지만, 이 거리는 우주선 안의 시간으로는 5년 정도면 거뜬히 주파할 수 있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사고를 접하게 되는데...

◇줄거리

성간물질을 추진 연료로 이용하는 우주선

광속여행으로 새롭게 시작된 은하계와 만나다

23세기의 미래. 램제트 우주선 레오노라 크리스틴호가 지구에서 출발한다. 목적지는 태양계에서 33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2등성. 이미 무인탐사선을 통해 그곳에 행성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태다. 우주선에 타고 있는 남녀 각 50명씩 1백명의 승객들은 그곳을 직접 탐사해보고 환경이 적합하다면 새로운 식민지를 건설해 정착할 계획이다. 우주선은 앞뒤 약 1백만km의 강력한 전자기력장에 감싸여 있으며, 전방에 존재하는 성간물질(수소, 전자, 양성자 등 우주공간에 있는 물질)들을 모아 추진 연료로 이용하고 있다. 우주선 앞쪽에는 성간물질과 선체와의 마찰을 없애고, 수소 이온의 강력한 감마방사선 복사로부터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붙어 있다. 이 우주선은 전방에 성간물질이 있는 한 약 1G의 중력가속도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33광년의 거리는 우주선 안의 시간으로 5년 정도면 주파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우주선이 지구로부터 9광년 정도 떨어졌을 때, 예기치 않게 작은 암흑 성운과의 충돌 사고가 일어나 감속시스템이 고장나버린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고장난 부분에 수리 로켓을 보내야 하지만, 그러자면 전자기력장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기력장을 제거하면 승객들은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돼 모두 죽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성간물질이 희박한 곳, 즉 방사선이 없는 공간으로 이동한 뒤 전자기력장을 제거하고 수리 로켓을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성간물질이 희박한 초진공상태는 아득히 먼 우주 바깥쪽, 은하와 은하 사이의 막막한 공간 뿐이므로, 결국 그들은 은하간 공간으로 나가기로 하고 항로를 수정한다. 목적지로 잡은 방향은 4천만광년 저편의 처녀자리 국부은하군. 이제 그들은 은하계를 벗어나게 되며, 이것은 지구의 역사와 영원히 격리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타우(τ)’라는 인수가 포함된다. 이 수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우주선의 속도가 빨라지며, 이론적으로 타우가 0이 되면 마침내 광속에 도달한다. 그러면 나머지 바깥 우주에 비해 우주선 안의 시간은 멈추고 질량은 무한대가 되는 것이다. 은하간 공간으로 나가면 우주선의 연료가 되는 성간물질은 없지만 레오노라호는 이미 가속도를 충분히 받은 상태이므로,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관성비행으로 은하간 공간을 건너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들은 우주선을 천천히 선회시켜 은하계 주위를 반바퀴 돈 다음, 상상을 초월하는 가속도로 항해를 계속한다. 그런데 은하간 공간은 예상과는 달리 수소 이온의 밀도가 훨씬 높아 우주선의 가속은 엄청난 수준으로 증가한다. 이른바 ‘타우 제로’에 한없이 근접해가는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아득한 우주공간 저편에서 우주선 수리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목적지라는게 무의미해져 버렸다. 우주선은 거의 광속에 가깝게 날아가고 있고, 선내의 시간은 외부 세계보다 수천만배나 늘어난 상태다. 감속을 시작한다 해도 과연 어디에서 정지할 것인가.

결국 그들은 이 우주가 팽창에서 수축으로 전환하고 다음 팽창으로 넘어가서 우주의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될 때까지 비행을 계속해, 마침내 다음 우주에서 안주할 땅을 발견한다. 새롭게 생성된 은하계에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을 찾아낸 것이다.

글 / 박상준 SF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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