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이의 웃음에… 동트는 하늘에… 행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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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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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태동 지음/300쪽·1만2000원·김영사

“책을 수집할 때 반드시 새 책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그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면, 책을 읽는 동반자를 얻었다는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재산을 나누어 가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영문학자이자 서강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중고 책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전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책들을 언젠가는 대학 도서관에 기증할 것이며, 이로 인해 책들의 생명이 연장되기를 소박하게 바란다고 덧붙인다.

다수의 평론집과 수필집을 낸 원로 학자가 일상의 작은 사물과 순간,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견한 행복들을 묶어낸 소박한 산문집이다. 미국 유학 시절 경험, 대학에서 만난 제자와 지인들, 평생 천착해온 문학과 관련된 인연과 깨달음을 잔잔히 반추한다. 제목이 안톤 슈나크의 쓸쓸한 산문을 뒤집은 것처럼 글이 주는 느낌 또한 그렇다.

“앞니 빠진 어린아이의 웃는 얼굴을 봤을 때, 가을날 수탉이 초가지붕 위에서 길게 우는 소리를 낼 때, 먼동이 트는 자줏빛 새벽하늘을 보았을 때, 바닷가 여관방에서 맞은 하룻밤에 요람처럼 흔들리며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을 때….” 저자가 발견한 일상의 소중한 순간에선 포근한 삶의 체온이 느껴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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