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36>실재(實在)

  • 입력 2004년 12월 2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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實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면(집 면)과 田(밭 전), 貝(조개 패)로 구성되어 집 안(면)에 곡식(田)과 화폐(貝)가 가득 들어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던 것이 진나라의 소전체에 들면서 田과 貝가 합쳐져 돈을 꿰놓은 형상인 貫으로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그래서 實의 원래 뜻은 집안에 곡물과 재물이 ‘가득 차다’이며 이로부터 充滿(충만)과 充實(충실)의 뜻이 생겼다. 이후 과일은 꽃이 수정되어 열매가 열리고 속이 가득 차 맛있는 먹을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果實(과실)이라는 뜻이, 다시 結實(결실)에서처럼 열매를 맺다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속이 가득 찬 것은 속이 텅 빈 허구와 대칭을 이루면서 事實(사실)이나 진실의 의미가 생겨났다.

在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才와 土로 이루어졌는데 才는 소리부도 겸한다. 才는 갑골문에서 새 싹((좌,혈))이 땅(一)을 비집고 올라오는 모습을 그렸다. 겨우내 움츠렸던 그 연약한 새싹이 단단한 대지를 뚫고 올라온다는 것은 여간 경이로운 일이 아니며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才는 연약한 새싹이 딱딱한 땅바닥을 비집고 올라 올 정도의 훌륭한 재주나 才能(재능)을 뜻하게 되었다. 그리고 땅 위로 새싹을 틔우려면 온 힘을 다해야할 뿐더러 그것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닐 터, 才에는 ‘겨우’라는 부사적 의미까지 생겼다.

이후 才에다 흙을 뜻하는 土를 더하여 새싹이 움트고 있는 곳이 바로 대지이며 그 대지 위로 생명이 탄생하고 존재함을 나타냈다. 이로부터 在에는 存在(존재)나 實在, 실존 등의 뜻이 생겼다. 在와 유사한 예로 存은 才에 子(아들 자)가 더해진 것으로 아이(子)가 새싹을 틔우듯(才) 태어나 살아가고 존재함을 형상화 한 글자이다.

이처럼 實在의 實은 곡식이나 화폐가 집안에 쌓여 있다는 자원이 입증하듯 외부의 사물이 인간의 인식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 즉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사물을 형상화하였다. 반면 在는 대지 위로 갓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새싹을 형상화하여 인간의 사유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지는 않았으나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무엇’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인식해 주기를 기다리는 ‘어떤 것’의 형상화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實在란 인간이 보고 만지고 지각할 수 있는 것과 인간이 아직 보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어떤 것, 이 둘 모두를 지칭하는 개념이라 풀이할 수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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