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5>유(儒)와 문인(文人)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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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儒)와 문인(文人)

동양 사회에서 지식인을 뜻하는 儒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떨어지는 물과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을 그려 목욕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제사를 지내기 전 沐浴齋戒(목욕재계)하는 모습이다. 이후 이러한 제사가 주로 祈雨祭(기우제)였기 때문인지 금문(오른쪽 그림)에 들어 물이 雨로 바뀌었고, 이후 사람의 모습이 而(말 이을 이)로 잘못 변해 需가 되었다.

需는 초기 단계에서 여러 가지 뜻을 함께 가졌다. 먼저, 목욕재계하고 제사나 禮式(예식)을 집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제사장을 의미했다. 또 그들은 제사를 통해 신에게 어떤 요구를 했을 것이며, 거기에는 신에게 바치는 물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하다’, ‘기다리다’, ‘필요한 물품’ 등의 뜻도 생겼다.

이러한 여러 의미들은 이후 적당한 의미부를 첨가하여 새로운 글자로 독립하였는데, 제사장을 의미할 때에는 人(사람 인)을 더하여 儒가 되었다. 제사장은 그 집단의 지도자였으며, 지도자는 여러 경험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이후 儒는 학자나 지식인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였으며 그러한 학파를 儒家(유가), 그러한 학문을 儒學(유학)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대의 학자들은 彦(선비 언)에서 보았던 것처럼 文(문)과 武(무)를 겸비했다. 하지만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武는 점점 경시되고 文이 중시되는 사회로 변해갔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 당시 사용했던 俗字(속자)에서 儒를 人과 需의 조합이 아닌 人과 文의 조합으로 사용함으로써 지식인은 곧 文人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물(水·수)를 다시 보태어 濡가 되었는데, 목욕재계하는 물에 주목하여 새 글자를 만든 것이다. 굳이 老子(노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물은 부드러움과 柔軟(유연)함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懦는 마음(心·심)이 柔弱(유약)함을 말하고, 孺는 軟弱(연약)한 갓난아기를 뜻하며, 나는 찰진 찹쌀을 뜻하며, (연,유)(꿈틀거릴 연)은 지렁이 같은 벌레가 기어감을 뜻한다.

다만 제사에 바치는 물품인 祭需(제수) 등을 뜻할 때에는 원래 글자 그대로 남았다. 祭需는 제사(祭)에서 필요(需)로 하는 여러 가지 물품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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