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발레 ‘친구에게 v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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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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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치유 메시지 담아
춤-연기장면 단절 아쉬워

20일 공연된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에센트릭 발레단의 ‘친구에게 ver.2’.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주인공 남자(뒷줄 가운데)가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진 제공 창무국제무용제
20일 공연된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에센트릭 발레단의 ‘친구에게 ver.2’.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주인공 남자(뒷줄 가운데)가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진 제공 창무국제무용제
발레 ‘친구에게 ver.2’
연출 ★★★☆ 안무 ★★★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에센트릭 발레단의 ‘친구에게 ver.2’는 제목 그대로 친구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듯 소박한 작품이었다.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첫 장면에 집약됐다. 도시의 소음 속에 중년 남자가 중얼거리는 나지막한 러시아어 자장가 소리가 들린다. 우울한 표정을 하고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과 축구공을 든 채 의자 위에 널브러져 있는 주인공 남자가 등장한다.

안무가 세르게이 스미르노프는 “거대한 건물, 거대한 도로, 거대한 도시문명 속에서 너무나 작은 어른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는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마치 거인처럼 걷는 여성 무용수들과, 그 앞에서 눈을 제대로 들지도 못한 채 축구공만 튀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장면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여기서 축구공은 동심, 혹은 현대인이 잊고 있는 순수한 영혼을 상징한다.

무용수들은 계속해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 퇴장했고 정면이 아닌 측면을 주로 바라보며 연기했다.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의 일상을 차분히 관찰하도록 한 연출 의도였다. 그러나 춤과 연기가 융화되지 못한 채 춤을 추는 장면과 연기를 하는 장면이 단절된 점은 아쉬웠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춤을 춘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 작품은 ‘전쟁, 예술, 그리고 치유’를 주제로 열린 제16회 창무국제무용제의 폐막작 중 하나로 공연됐다. 우리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 이야기하는 데서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무용제의 주제에도 적절한 작품이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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