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열네 살, 나도 이젠 알 나이예요

  •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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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에이프릴/재클린 윌슨 글·닉 샤랫 그림·지혜연 옮김/229쪽·7000원·시공주니어(초등 5학년 이상)

◇ 플로라는 전쟁 중(전 2권)/다크마르 히돌루에 글·새침한 와이피 그림·신홍민 옮김/각권 160, 200쪽·각권 8500원·웅진주니어(중등 전학년)

열네 살.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서 잔뜩 고민을 안은 나이다. 그 고민에 따라 열네 살은 어린이가 되기도 하고 청소년이 될 수도 있다. 두 책은 영국 작가와 독일 작가가 열네 살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이다.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작가인 이야기꾼 재클린 윌슨은 이번에는 열네 번째 생일을 맞은 에이프릴의 하루를 쫓아간다.

에이프릴은 태어나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프랭키라는 젊은이가 울음소리를 듣고 아기를 구해내지만 그 뒤로도 에이프릴은 여기저기를 전전한다. 겨우 정착하게 된 곳이 메리온 아주머니네 집. 친구들에게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에이프릴은 즐거워야 할 생일날 집을 떠나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갓난아기였을 때 자신을 돌봐 주던 위탁모 팻 아주머니, 죽은 양어머니의 무덤, 보육원에서 친하게 지냈던 지나 언니를 차례로 찾아간다. 어쩌면 과거로의 여행은 친엄마 찾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버려졌던 쓰레기통을 찾은 에이프릴. 누군가가 쓰레기통에 남긴 11자리 숫자의 전화번호를 발견한 에이프릴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아직 한국 독자들에게 낯선 다크마르 히돌루에는 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플로라의 연애담을 풀어 간다.

지역에서 명망 높은 의사의 외동딸인 플로라의 상대는 알렉스. 플로라의 눈에 지구상의 남자란 알렉스와 떨거지로 분류된다. 달콤한 얼굴의 알렉스와 키스하는 공상에 빠져 사는 플로라에게 영어 선생 펠러는 알렉스 바로 옆에서 면박을 준다. “공부 말고 다른 일은 이제 모두 신경 끄도록! 열네 살 정도면 이젠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 깨달아야 할 거 아냐….”

그러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공부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결국 둘은 데이트 약속까지 하고 영화관에서 플로라는 가슴을 만지려고 하는 알렉스의 손을 깨물어 버린다. 플로라는 자신이 떨거지들로 분류한 같은 반 왕따 린젠마이어와 뚱보 웅코와의 관계에서 점점 편안함을 느낀다. 급기야 플로라는 셋을 이간질하려고 한 알렉스의 치졸함을 알게 된 뒤 미련 없이 알렉스를 차 버린다.

이미 이성에 눈을 뜬 플로라. 새로 이사 온 이웃집 아들을 보고 ‘몸이 뜨거워지고 위장과 그 언저리 부위가 아늑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하루하루 다를 것 없는 일상이지만 그 나이의 감수성으로 머리와 가슴속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럽의 열네 살들의 이야기. 우리 열네 살들과 똑같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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