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조승희는 왜 총기 난사를 하게 됐나

  • 입력 2009년 3월 14일 15시 00분


◇매드 무비-조승희 프로파일/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송병선 옮김/220쪽·1만3000원·꾸리에북스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공대 캠퍼스에서 23세의 한국계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32명이 죽고 29명이 부상했다. 바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이다. 이 학교 4학년이었던 조승희는 권총 두 발을 챙겨 노리스홀의 세 개의 출입문에 쇠사슬을 채운 뒤 수업 중인 강의실을 하나하나 돌며 무차별로 총알을 난사했다. 마지막으로 조승희는 권총으로 자기 얼굴을 쏴 자살했다.

스페인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기자인 후안 고메스 후라도(32)는 사건 당일 미국 출장 중이었다. 그는 CNN에서 흘러나오는 사건의 1보를 접하고 ‘기자정신’을 발휘해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건 현장에서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앵커가 방송 직전 사망자 숫자 메모를 건네받고는 “빌어먹을! 세계 신기록과는 너무 거리가 있잖아!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란 제목으로 방송할 수 없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죽은 사람들을 팔아서 하는 장사’였다.

저자는 3개월 만의 취재 끝에 사건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책을 미국과 스페인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저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과 수천 쪽에 달하는 경찰 조서를 바탕으로 그날 새벽 조승희의 뒷모습을 본 기숙사 룸메이트의 이야기부터 조승희의 자살까지 4월16일 버지니아 공대에서 벌어진 참극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꿰어가며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뿐만 아니라 조승희가 왜 총을 난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민자로서 미국에 온 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잘 놀지 못했고 말이 없었던 조승희는 고교 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등 외로운 시기를 보냈다. 주로 부잣집 아이들이었던 고등학교 운동선수들과 인기 많은 학생은 만만한 상대였던 조승희에게 욕을 퍼붓고 때리기도 했다.

유년 시절의 부당한 경험은 조승희를 피해망상적 환각 장애를 지닌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승희가 타인들의 삶과 죽음을 지배할 힘을 갖게 되자 그 힘은 걷잡을 수 없게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말았던 것이다.

저자는 “조승희는 잘 계획된 모델을 따르고 있다. 첫 번째 희생자인 에밀리 힐셔는 그에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조승희에게 이 사건은 피의 결혼식이었다. 그 와중에 죽은 사망자들은 하객이었던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저자는 “의심의 여지없이 조승희가 지닌 정신적인 문제가 야기한 폭력의 싹은 피할 수도 있었으나 어떤 시기에 한국인들이 미국 내에서 경험했던 부당한 인종적 편견과 차별이 간과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승희 사건은 그가 한국계라는 이유로 우리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많은 한국인은 미국인들에게 조승희 대신 용서를 빌었고 90년대 초 LA 흑인 때처럼 재미 교포들이 이 일로 피해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판 서평에서 “이 일은 그가 한국인이란 사실과 무관한 것이며 따라서 한국사회가 보여준 지나친 피해의식과 ‘집단 참회’와 같은 반응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