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아이 나는 부모]과학발명품대회 수상 서대웅군

입력 1999-09-13 18:02수정 2009-09-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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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과학재단이 주최한 ‘제21회 전국 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탄 서대웅군(11·목포 용호초등6년). 초등학생이 수천명의 중고생 선배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대웅이가 당선작인 ‘예측 신호등’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지난해 9월. 학교 앞 찻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입구에 도착했을 때 보행신호등이 깜빡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싶어 횡단보도에 들어섰다가 도로 중간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언제 불이 바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신호등은 없을까?’

해답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집 근처 노래방 간판의 네온사인 불빛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 4개월 뒤 ‘딩동댕동’ 소리와 함께 녹색불이 커진 뒤 5초가 지난 후 신호등 윗부분부터 점차 적색불로 바뀌어 순간예측이 가능한 신호등이 탄생했다.

▼‘태몽 교육’의 위력▼

대웅이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서병관씨(41·사업)에게 태몽을 자주 들었다.

“벌판에 까만 황소가 누워있다가 아버지를 보고 벌떡 일어나더니 거인으로 변하는거야. 그리고 아버지를 번쩍 들어 목마를 태우고 융숭한 대접을 해줬어. 넌 분명히 이 거인처럼 큰 인물이 될 거야.”

대웅이는 “비현실적인 얘기인데도 태몽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대웅이의 성격.

▼그 엄마에 그 아들▼

대웅이가 한글을 깨친 것은 네살때. 부모가 특별히 영재교육을 시킨 적도 학습지를 가르친 적도 없다. 그럼 천재?

“대웅이가 태어날 때부터 동화책 읽어주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울다가도 책만 읽어주면 조용해졌다. 세살때까지 읽어준 동화책만 수백권이다.”

엄마 김혜자씨(38)는 요즘도 독서에 푹 빠져 산다. 독서광 엄마 덕에 대웅이는 다섯살때부터 자연스럽게 서점이나 이동도서관의 단골이 됐다.

대웅이는 일곱살때 ‘장군’에서 ‘과학자’로 꿈을 바꿨다. 엄마가 사다준 과학도서에 푹 빠진지 1년만의 일. 이때부터 엄마는 과학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뭐든 수집해 아들에게 줬다. 신문에 과학기사가 나오면 스크랩해 대웅이의 책상 유리밑에 끼워 줬다.

“퀴크 중간자이론…. 엄마가 오려주는 신문기사를 보면 자꾸만 더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천재는 주머니속 송곳▼

엄마는 주변에서 대웅이에게 영재교육을 시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이때마다 엄마는 “천재는 주머니속 송곳과 같아 가만 놔둬도 주머니를 뚫고 나오게 돼 있다. 부모의 과잉 욕심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적당한 ‘방임’이 김씨의 교육철학.

대웅이가 4학년때 일. 속셈학원에 보낸지 일주일만에 “더 배울게 없다”“혼자 공부하는 것이 낫다”며 학원에 안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군말없이 ‘OK’. 숙제만 제대로 하면 TV보기 PC게임 등 하고 싶은 대로 둔다. 그래야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것.

이제대웅이의꿈은세계적인 천문학자. 우주탄생의 신비를 밝히고 싶단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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