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건강] PART 2/야뇨증 고친 부모들의 사례담 3가지

  • 입력 2000년 7월 5일 22시 41분


“너가 게을러서 그런 것이지, 아이한테는 죄가 없으니 나무라지 마라.” 유치원생인경호가 제대로 소변을 못가린다는 하소연을 다 듣고 난 끝에 시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맞벌이 부부였던 우리는 경호를 낳고서가까이 옆에 사는 시댁에 맡겨 키웠다. 경호는 두집을 오가며 자랐다. 비록 엄마 품에서 자라진 못했지만 대가족인 시댁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인지 활발하고 명랑한 편이다. 그런데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갑자기 밤에 자꾸 실수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좀 일찍 재우는 편인데 잠자기 전에 꼭 소변을 보는데도 실수를 하곤 해서 고민스러웠다. 침대를 적시는 일도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수하는 일이 더 잦아져서 습관성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시어머니는 항상 경호를 한밤중이라도 한번 더 깨워서 소변을보도록 시키라고 했지만 피곤한 우리도 시어머니의 당부를 실천하는게쉽지 않았다. 또 자는 아이를 깨워서 화장실에 가도록 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았다. 계속이런 일이 반복되자 급기야 시어머님께서 직접 아이를 데리고 재우시겠다며 데려갔다. 그런데 시댁에 간 경호는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시어머님이 하신 방법들이 대충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우선시어머님은꼭 자정 즈음 해서 경호를 깨워 화장실에 가도록 했다.또, 저녁엔 될 수 있는대로 수분이 많은 음식을 주지 않으신다.경호에게도 물을 많이 먹어서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라고 알아듣도록설명한다음 저녁엔 아이 스스로 물을 적게 먹도록 해주셨다. 세번째는 은행을 구워서 저녁 간식으로 먹도록 한 것이다. 프라이팬을 달군 다음 은행알을 넣어서 이리저리 굴리면 은행알이 차츰 푸르스름하게변했다가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고소한 것이 어른들도 먹기에좋은데, 경호도 좋아했다. 하지만 은행알을 너무 많이 먹으면좋지않기 때문에 5~6개씩만 알을 세어서 주셨다. 이렇게 해서 한달정도만에 습관성이 될 조짐이던 경호의 야뇨증은 말끔히 가셨다. 그 뒤로도 간혹 밤에 실수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날 물을 많이 마셨거나 너무 피곤하게 뛰어 놀았거나 이유가 있는 날이었다. 어느날아침 남편의 운동복 바지 앞자락이 젖어 있었다. 명희가 “아빠도 오줌싸개야!”라고 박수를 치며 웃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남편의 얼굴을 바라봤더니 오줌싸개인 명희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옷에물을묻힌 다음 아빠도 실수할 때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했다. 명희는세 살 쯤 전에 분명히 대소변을 가렸다. 그런데 네 살 터울인 둘째가 생기고 잠시 외할머니에게 있다가 온 후부터는 밤이면 간혹 실수를 하곤 했다. 또 외할머니에게 가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데특히 집에서만 밤이면 꼭 그런 실수를 하곤 했다. 친정어머니가 알려준 대로 민간요법을 사용하고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안심하면 다시 실수를 하곤 했다.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하기만 하면 꼭 밤에 지도를 그려댔다. 남편이나 나는 명희가 동생에 대한 질투심이나 스트레스 때문은 아닌가 싶어서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일로 화를 내기는커녕오히려수선스러울 정도로 위로를 해준곤 했다. 또 육아서를 읽어봐도대부분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기 보다는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속이 상해도 직접적으로표현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난해 부쩍심해지자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잘 마르지도 않아젖은 이부자리 빨래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는 잠자기 전에소변을보도록 하면 싫다고 오히려 떼를 쓰거나 자꾸 미루다가 그냥잠이 들기도 해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예 고칠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그래서하루는 명희에게 앞으로 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려면밤에 오줌을 싸면 안된다고 설명해주었다. 될 수 있으면 밤에 쉬를 하지 않았을 경우 생기는 여러 가지 좋은 점에 초점을 맞춰서설명해주었다. 예를 들어 “명희가 밤에 자다가 쉬를 안하면 엄마가다음날 그 이불이랑 옷이랑 안 빨아도 되니까 그 시간엔 명희랑 즐겁게 놀아줄 수 있단다”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침에일어나 소변을 못가렸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아이 스스로적신 이부자리며 잠옷과 속옷을 세탁기에 갖다 넣도록 했다. 그 대신 실수하지 않은 날은 칭찬을 많이 해주기도 하고 꼭 껴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구분해서 상벌을 분명히 해주자 아이도 상황을 이해했는지, 노력하는 자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시간엔 물을 안마시고 화장실도 스스로 가고 아침에 깨서 자리가 말끔하면 좋아서 우리 방으로 뛰어와 자랑을 하기도했다. 이렇게 해서 입학식 전에 오줌싸개였던 명희는 이 습관을 깨끗하게 고칠 수 있었다. 아이가 6세가 될 때까지 밤에 오줌을 못가려서 너무 힘들었다. 아이는워낙 활동적이라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다. 밤마다 깨워서쉬를 누이는 일도 정말 힘들다. 게다가 잠자기 전에, 또는 아이가자는 도중에 분명히 깨워서 쉬를 뉘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보면이부자리가 젖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침에 아이가 실수한 것을 보면 아무리 참으려 해도 짜증부터 나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병원에 데려가서 진찰을 해봤지만 별로 큰 이상이 없다는진단을받았다. 그런데도 계속 아이가 야뇨증 현상을 보이자 대형 기저귀를 사왔다. 아이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일주일에 두 세번씩 이불 빨래를 해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고, 나도 모르게 힘들 때는아이에게 화내는 일도 잦아졌기 때문에 먼저 서로 심리적으로 힘든 일부터 줄여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조금 망설여지긴 했다. 야뇨증아이들에게기저귀를 채우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아이가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밤에 기저귀를 채워주는데는 별로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아이 스스로도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곤 했다. 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비록 전날밤 실수를 했다손치더라도 말끔한 이부자리를 보곤 오히려 아이의 수치심은 훨씬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나또한아이에게 좀더 여유를 갖고 대할 수 있었다. 밤에 실수를 한 날은 아침 일찍 기저귀를 치워버리기도 해서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않도록 했다. 또 기저귀를 적시지 않은 날은 보송보송한 기저귀를만져보도록 하면서 “이렇게 쉬를 안하니까 너무 좋다. 너도 좋지?”라는 말을 해주면서 아이의 무의식에 소변을 하지 말도록 하는 마음을 심어 주도록 노력했다. 조금 놀란 것은 내가 여유를 갖고 대처하자 아이도 많이 편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중엔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기저귀를 차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밤에 실수를 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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