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 삶의 빈자리 채우고 싶을땐 '찰칵' '…사진 한장'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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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 지음/287쪽/웅진닷컴/1만2000원

최근 큰맘 먹고 비싼 카메라를 사신 분, 좋은 카메라가 있긴 한데 집에서 썩히시는 분, 똑딱이 카메라지만 사진 좀 제대로 찍어보고 싶은 분은 이리로 모여주세요.

여러분이 궁금하신 건 ‘사진 잘 찍는 법’일 겁니다.

그러나 서점에 나가 사진 입문책을 보면 대부분 기술적인 측면만 죽 나열하고 있어 웬만한 끈기가 아니면 졸음부터 오는 경우가 많죠. 술술 읽히면서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없을까요.

어떤 것을 찍을지 고민하지 말라. 그저 주변의 인물이나 풍경을 자연스럽게 찍으면 된다. 경기 고양시 1985년.사진제공 윤광준

20여년간 사진으로 생계를 꾸리고 성결대 겸임교수이며 최근 사진학원도 하나 차린 사진쟁이가 1년 동안 공력을 들여 낸 책을 바탕으로 질의 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저자는 ‘소리의 황홀’ 이란 책으로 화제가 된 오디오광이기도 하답니다).

―카메라 샀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百聞而不如一찍’입니다.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잘 찍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작가의 사진집을 보고 모방해 찍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근데 뭘 찍습니까.

“멋진 사진 찍겠다고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고 평범한 대상이 비범하게 바뀝니다. 가족의 해맑은 표정을 담아도 좋고 거리의 풍광도 좋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물을 자기만의 눈으로 해석하고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하면 사진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40년 전 자녀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자녀의 사진을 찍어 결혼 후 분가할 때 앨범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이유가 전부였죠. 갓난아기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찍은 사진이 1000여점. 이 기록사진이 우연히 큐레이터 눈에 띄어 그 할머니는 일흔이 넘는 나이에 정식 사진전까지 열게 됐습니다.”

―카메라는 좋은 걸 사야 하지 않을까요.

“비싼 카메라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좋은 카메라에 주눅들지 마세요. 참새 잡으려고 M16 소총을 쏘면 되겠습니까. 작지만 가치 있는 사진촬영으로 자기만의 삶의 내용물을 채우시면 됩니다.”

―생각한 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눈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꽃을 볼 때 인간은 꽃만 보지만 카메라는 꽃 주변까지 다 봅니다. 의도한 대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인간과 카메라의 시각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대상에 한발 더 다가서세요. 찍어야 할 대상을 의식적으로 단순화하세요. 보려는 것 혹은 표현하려는 의도가 많아지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한물 간 것 아닌가요.

“저도 한때 디지털카메라로 작품을 했습니다. 무척 편리하더군요. 하지만 필름의 색채 표현력과 깊이는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다시 필름카메라로 바꿨죠. 필름이 카메라의 원형이라는 점에서 저는 필름카메라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인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쓰시면 됩니다.”

―수동 노출로 해서 사진을 찍고 싶어요.

“사진을 찍는 목적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지 사진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프로사진가들은 거의 자동노출로 찍습니다. 카메라 기술이 발달한 지금 괜히 헛수고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정확한 시점에 셔터만 누르면 됩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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