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중화의 자부심은 어디서 오는가 '중국 읽기'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7시 50분


중국 읽기/김정현 지음/291쪽 9000원 문이당

올해 중국 관련서가 넘칠 만큼 붐이다. 유행의 끝물에 나온 이 책 역시 그렇고 그런 아류일까?

사실 소설가 김정현(44)은 소설 ‘아버지’ 성공 후 몇 년간 중국을 무시로 드나들었다. 베이징에 유학 중인 아들을 핑계삼아 대륙적 이야기를 구상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던 중 거기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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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이 바라본 오늘의 중국’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자신이 몸으로 겪은 중국 풍경이다. 무슨 견문록이라는 얇은 에세이와 격을 달리하는 것은 보거나 들은 것을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섬세한 촉감으로 막 기지개를 켜는 중국용(龍)의 뒷다리만이 아니라 몸통까지 만져보려 한다.

김씨가 현 중국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거창한 연구서나 난해한 고전을 독자에게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 여행길에 만난 중국 촌부의 조국에 대한 자긍심에서, 5000년을 넘는 황허 유산이 현재에 드리운 깊은 그림자에서, 혹은 희뿌윰한 새벽 수 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톈안문 광장에서 거행되는 국기 게양식의 장엄한 마력에서도 그것을 발견한다. 중간중간 마주친 속좁은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은 더욱 부끄럽고 초라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사회처럼 중국에 그림자가 없지 않다는 사실을 저자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아직까지는 추레해보이는 대륙 저변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중화의 저력에 부러움을 참기 어렵다.

첨단과학의 최고 브레인이 모인 칭화대학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데에는 인문학의 요람인 베이징 대학과의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당장 따라가기 어렵다손 치자. 그렇다면, 교수와 선배가 ‘될 성 부른’ 제자와 후배를 키우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아카데미 문화, 대(大) 학자가 ‘쥐뿔도 모르는’ 새파란 이방인 독학자에게 보여주는 깊은 호의 같은 사소한 자세는 어떤가.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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