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배우자보다 자식이 먼저인가

  • 입력 1997년 5월 24일 09시 35분


진수엄마는 어제 차를 몰고 나갔다가 트럭과 충돌할 뻔했다. 그런 일을 겪고 보니 어린 두 아들을 위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생명보험을 들어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웃 엄마들도 생명보험에 들었다는데 수혜자로는 친정어머니나 아들을 지정했다고 한다. 남편을 수혜자로 하면 돈이 아이들에게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자와 자식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자식을 택할 것이다. 혈연인 부모관계와 달리 부부관계는 언제라도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잠재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그러나 혈연에 관한 이슈가 부부관계를 해칠 정도가 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처소생의 두 아들과 딸, 그리고 자신의 소생인 막내아들 등 사남매를 키우며 30여년간 살아온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부싸움만 하면 『네 자식 데리고 나가라』는 말을 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과 실제로 막내아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차라리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 이혼해 재산의 반을 확보해 놓는 것이 자신을 부양하게 될 막내아들에게 더 유리하리라는 생각인 것이다. 부부사이에는 행복하게 살아갈 때조차 언젠가는 깨질 수도 있다는 잠재의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배우자가 나와 자식들에게 끝까지 헌신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요구한다. 배우자간의 정서적 교류나 성적 매력이 부부관계의 틀을 잡아준다면 배우자에 대한 헌신은 부부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주는 콘크리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조심스럽고 삼가고 아끼는 마음으로 배우자를 대함으로써 나의 헌신을 배우자에게 확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혜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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