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열두 살 유진이의 씩씩한 홀로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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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투 미/신운선 지음·서현 그림/195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처음부터 부모를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명은 있어야 되는 거였다. 내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게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소망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믿을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엄마와 아빠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가엾게 생각할 테니까.”(99쪽)

이야기는 슬프게 시작합니다. 유진이가 일곱 살쯤에 아빠가 사라지고, 열두 살인 지금 엄마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일곱 살 동생과 함께 천사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졌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보육원으로 가야 한다네요.

이야기는 아이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잘 보살펴주지 않지만 보호소보다는 엄마 옆이 좋은 마음, 누군가에게 소속되는 게 중요해서 학교에는 다녀야 한다는 다짐, 이젠 응석을 부리면 안 된다는 걸 알아차린 어느 순간 등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유진은 그 나이에 당연한 아이다움과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어른스러움의 경계에서 혼란스럽습니다. 그 경계를 대하는 작가의 시각은 차분하고 따뜻합니다.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보호자가 없다면 내가 찾겠다며, 여섯 살까지 함께 살던 할머니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급반전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없었고, 아이는 불쑥 커버렸습니다.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아이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소망들과 이제 비로소 내 것이 된 삶이 분명하게 보였다’며 삶의 혼란을 헤쳐 나옵니다.

‘해피 버스데이 투 미!’

유년기의 마지막 선언인 듯 비장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해피 버스데이 투 미#신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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