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방사능에 오염된 땅… 하지만 떠날 수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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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목장/모리 에토 지음·요시다/히사노리 그림·고향옥 옮김/32쪽·1만1000원·해와나무

인류사에서 에너지란 엄청난 발전의 원천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을 얻게 된 이후 어둠을 극복할 수 있었고 극한의 추위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지요. 힘센 동물을 이용해 수확을 늘리고 수레바퀴로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도 되었어요. 물과 바람, 증기, 석탄, 석유 등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그 자원의 힘을 극대화하는 각종 기계의 등장은 인류 발전을 초고속으로 밀어붙였지요.

자원이 동나고 한계에 이르렀을 즈음 새로운 에너지, 원자력이 등장합니다. 핵분열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방사능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다줄지 처음엔 몰랐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희망의 목장’은 그 위험을 아프지만 담담히 쉽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먹을 수도 팔 수도 없는 소들을 키우는 목장이 있습니다. 방사능 유출이 원인입니다. 땅은 오염되고 사람들이 떠나자 목장 아저씨는 주인 잃은 다른 소들까지 먹이고 돌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떠날 수 있지만 소들은 떠날 수도 없습니다. 나라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라며 소들을 모두 죽이고 떠날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소를 치며 평생을 살아온 아저씨는 자식 같은 소들을 죽일 수 없습니다. 자신도 떠나지 않습니다. 남은 몇몇 사람들과 매일매일 열심히 소들을 보살핍니다.

마을사람들은 사라졌지만 봄은 오고 꽃도 피어납니다. 두견새가 울고 단풍이 물들고 눈도 내립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지만 사람들이 돌아와 살 수 없게 된 땅에 오늘도 함박눈이 내립니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떠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소치기 아저씨의 뒷모습을 자꾸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희망의 목장#원자력#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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