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버지, 조금 늦었지만 혼자 해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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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보 만보/김유 글·최미란 그림/82쪽·9500원·책읽는곰

부모님이 늘그막에 낳은 귀하디귀한 아들, 만 가지 보물 같은 아이라 해서 이름이 ‘만보’입니다. 늘 부모님 뒤에서 세상과 마주하다 보니, 세상은 무서운 것투성이, ‘겁보’입니다.

어느 날, 부모님은 결심합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만보를 장날에 혼자 보내자!’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 대단한 모험입니다. 그래봤자 출발점에는 어머니가, 도착점에는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 어머니는 연신 당부를 합니다.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가야 혀. 오른쪽은 험해서 사람들이 안 댕기는 길이여. 꼭 왼쪽으로 가야 혀!”

우리의 만보가 길을 떠납니다. 산 속에서 고양이를 따라 가다보니 ‘용기내 마을’이 보입니다. 짐작하시겠지요? 만보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고개를 넘어도 넘어도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호랑이는 떡 달라고 달려들고, 도깨비는 씨름하자 덤벼듭니다. 포기할 수 없으니, 앞으로 가야겠지요.

만보는 조금 늦었지만 장터에 도착했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버지와 달리, 만보는 여유롭네요. 그럴 수밖에요. 호랑이와 도깨비를 이겼는데요.

이야기를 되새겨 보면, 만보와 그 부모님이 꼭 우리네 모습 같습니다. 뭐든지 해주는 부모와 정해진 길 외에는 겁이 나서 못 가는 아이들. 하지만 한 번쯤 길을 잃을 때, 아이들이 쑥! 큰다는 걸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진한 충청도 사투리와 익숙한 등장인물 덕분에 재미난 옛이야기 읽는 기분이 듭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읽기에 무난합니다. 만보가 얻은 용기, 책을 읽는 아이들도 함께 얻었으면 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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