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세 마리 물소가 의리로 뭉쳤다면 사자밥이 됐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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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세 마리 물소/몽세프 두이브 글·메 앙젤리 그림·성미경 옮김/32쪽·1만2000원·분홍고래

분홍고래 제공
분홍고래 제공
함께여서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행복했던 세 마리 물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굶주린 사자가 순순히 자기들을 받아줄 때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사자의 속셈은 뻔했습니다. 그 속셈을 채우기 위해 사자는 큰 힘을 들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똘똘 뭉친 세 마리 물소를 갈라놓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물소들의 의리란 것이 그리 강력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물소들은 사자의 농간에 여지없이 놀아나 평생 함께하기로 한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마지막 남은 물소는 생각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그립지만 강자와 어울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필요한 희생이었다고. 결국 자신도 잡아먹히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후회도 참회도 소용없었습니다. 비겁했다고, 처음 하얀 물소를 넘겨주었을 때 자신은 이미 죽은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검은 물소를 사자는 꿀꺽 삼켜버립니다.

이처럼 어리석은 친구들이 또 있을까 싶지만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당장 내가 살기 위해 친구를 팔아넘기는 행동이 부끄럽지 않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요. 그런 자신에게 면죄부라도 쥐여주듯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필요한 희생이었다고 해봤자 늦은 일입니다. 친구는 돌아오지 않고 자신은 이미 죽은 것과 같은 삶을 살게 될 뿐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랍의 오랜 우화를 어린이에게 맞추어 다시 쓰고 그린 것입니다. 검정과 노랑으로 한정된 색을 쓴 판화는 단순하고 강렬하게 이야기 속으로 집중하게 만듭니다. 사실 사자는 세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물소들 사이의 신뢰가 진정 두터웠다면, 또 그렇게 친구를 넘기는 일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더라면 사자 정도는 충분히 물리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그들이 바라던 평화롭고 안온한 터전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문학평론가
#사자와 세 마리 물소#의리#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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