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의 경쟁력]⑪ KBS 단박인터뷰 김영선 PD

  • 입력 2008년 11월 22일 14시 44분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와 인터뷰 중인 김영선 PD.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와 인터뷰 중인 김영선 PD.
단박인터뷰는 사건의 현장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한 판 뜨거운 설전이었다.
단박인터뷰는 사건의 현장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한 판 뜨거운 설전이었다.
"15분간의 짤막한 대화가 끝났을 때는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와 사건만이 인상에 남았다. 그러나 1년 반에 걸쳐 200회의 캐릭터와 말의 성찬이 끝나고 나보니, 머릿속에 각인 된 건 인터뷰를 한 여성 피디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였다…."

한 누리꾼이 최근 종영한 'KBS 단박인터뷰'의 진행자 김영선(34) PD에 대해 쓴 글의 일부다.

TV엔 말이 넘쳐나지만 방송은 사실 토크쇼의 불모지대다. 방송인터뷰나 토크쇼는 방송가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오히려 훈련받은 저널리스트의 인터뷰 보다 연예인 출신 MC들의 인터뷰가 뉴스의 중심에 오르내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시류를 단박에 뒤집은 여장부가 바로 '단박인터뷰'를 진행한 김PD였다. 1년 반 동안 그녀는 "그날, 한국에서, 최고의 뉴스 피플을 만나, 가장 센 질문을 던진다"라는 모토아래 전국을 뛰어다니며 무려 200여명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에서 민노당 강기갑 의원까지,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에서 일본 스케이트선수 아사다 마오까지, 다시 김지하 시인에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까지…. 그녀의 눈과 마이크는 세상 이 끝에서 저 끝까지를 거침없이 가로질렀다.

● 톡 쏘는 도발적 질문이 무기

PD가 직접 인터뷰어로 나선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30대 초반에 불과한 그녀가 대체로 한국사회의 '어른'들인 인터뷰 대상과 '맞짱을 뜬다'는 신선한 구도 역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과거 시사프로그램에서 젊은 여성이 전면에 나선 경우가 드물었던 탓이다.

김PD의 단박인터뷰는 간결하면서도 톡 쏘는 질문으로 뉴스의 중심에 오르내렸다. 뉴스 속의 어떤 인물에 대해 다들 머릿속으로 한번쯤 떠올려봤을 생각, 하지만 정색하고 묻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하고 말아버리는 의문을 그는 인터뷰의 무기로 끌어내었다.

김연아의 경쟁자인 일본 스케이트 선수 아사다 마오에게는 "김연아가 밉지 않냐?"고 물었고, 프로야구에서 우승한 김성근 SK감독에게는 "재미없는 야구라는 팬들의 비난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극우논객' 조갑제 씨를 인터뷰할 때에는 대놓고 "당신을 두고 '보수꼴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찔러봤다.

국가원수급인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는 "친미(親美)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일순간 차가운 정적이 흐르기도 했지만 반 총장은 이내 무난한 답변을 제시했다. 단박 인터뷰가 '계획된 쇼'가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킨 용기였던 셈이다.

이를 놓고 누리꾼들은 김 피디를 '시사프로그램 계의 무릎팍 도사'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강호동씨와 제가 일맥상통하는 점은 상대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 불편해 하는 질문을 가감 없이 던진다는 거예요. 화법은 예의바르겠지만 이제 와서 자료화면을 다시 보니 제가 참 많이 깐죽댄 것 같더군요. 제가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이었다면 한대 쥐어박고 싶었을 거예요."

壙故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