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불끈’ 이종현의 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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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서 힘 부족 실감… 근육 안 붙는 체질이지만
두달만에 체중 8kg 늘리고 근력 훈련하니 제법 우람

이종현이 고려대 체육부 숙소 내 웨이트 훈련장에서 근육 키우기 훈련을 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종현이 고려대 체육부 숙소 내 웨이트 훈련장에서 근육 키우기 훈련을 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종현(21·206cm·고려대)에게 2015년은 혹독한 한 해였다. 그에게 올해는 전문가들과 팬들의 지적을 유난히 많이 받았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고교 1학년 때부터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센터’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한기범(전 기아)-서장훈(전 kt)-김주성(동부)으로 내려온 국가대표 센터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래서 그를 평가하는 잣대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높았다. 억울하겠지만 국가대표 센터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기범 서장훈 김주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종현도 모르지 않는다. 묵묵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종현은 최근 몸무게를 부쩍 늘렸다. 빈약했던 팔과 상체에 근육이 붙고 있다. 어깨 밑 팔뚝도 몰라보게 굵어졌다. 팔꿈치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위에는 굵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2개월 전까지 이종현의 몸무게는 107kg정도였다. 고교 때와 큰 차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15kg으로 8kg 정도 늘었다. 이종현은 ‘몸짱’이 되기 쉽지 않은 체질이다. 전성기 시절 100kg이 채 안 되는 체중을 유지했던 김주성(205cm)은 웨이트 훈련을 통해 근육을 불렸다.

하지만 이종현은 다르다. 이종현은 “살 자체가 물렁살이다. 속에서 근육이 만들어지는 체질이라 운동을 해도 티가 잘 안 난다”며 “그래서 태어나서 한번도 먹어 보지 않은 단백질 보충제까지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체중을 늘리기 위해 많이 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웨이트 훈련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오후 전술 훈련과 연습 경기를 마치면 곧바로 고려대 체육부 숙소에 있는 웨이트장을 찾아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저녁 식사 뒤에도 다시 웨이트장을 찾는다.

미국프로농구(NBA) 인디애나의 폴 조지는 지난 시즌 골밑 득점을 늘리기 위해 개인 요리사에게 몸무게를 늘리는 식단을 부탁했다. 이종현이 몸무게를 늘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종현은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와 농구월드컵, 그리고 올 9월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센터들의 힘에 밀리면서 몸무게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종현은 “중국 센터들의 힘이 70이라면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는 100이다”며 “중국 선수들에게는 자신 있지만 하다디와 대등하게 부딪칠 수 있으려면 몸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코칭스태프도 “이종현은 워낙 유연하고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몸무게가 늘어나도 경기력에는 지장이 없다”며 “몸무게가 늘어나면 골밑에서 상대의 힘을 이겨 내고 몸의 균형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4학년이 되는 이종현은 주장을 맡았다. ‘몸짱 두목 호랑이’가 우리를 뛰쳐나오기 전 마지막 발톱을 갈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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