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기자의 끝내기 홈런]너도나도… 스토브리그는 지금 ‘FA 홍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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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소속팀 자유계약선수(FA)와 협상을 하느라 홍역을 치르는 탓이다. 시즌 도중이라면 구단은 갑(甲)이고 선수는 을(乙)이다. 구단은 경영자고 선수는 고용자다. 하지만 요즘은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몸값의 높고 낮음을 떠나 ‘내 가치를 확인하고 싶다’며 너도나도 FA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총액 20억 원이면 충분한 선수가 50억 원을 부른다. “안 주면 다른 팀으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A구단 단장은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올해 비슷한 성적을 거둔 선수의 연봉 자료를 보여줘도 자기는 더 받아야겠다고 합니다. FA를 한몫 챙기는 기회로만 생각하니 답답하죠.”

B구단 단장은 프랜차이즈 출신의 한 FA 선수에 대해 한마디 했다. “올 시즌 팀이 부진한 게 자기 책임이라면서도 FA가 됐으니 연봉은 올려 달라더군요. 고참이면서도 연봉이 적은 후배들은 나 몰라라 하죠.”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 FA를 선언한 선수는 6개 팀에 총 17명. 19일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 마감을 하루 앞두고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는 8명이다. 계약자들의 연봉은 최저 1억 원(SK 이승호, 37번)에서 최고 4억 원(삼성 진갑용)이다. 롯데 이대호와 두산 김동주 등 대어급 선수는 구단과 견해차가 크거나 아예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국의 FA 거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일본프로야구는 올 시즌 타격왕(타율 0.338)에 오른 소프트뱅크 우치카와 세이이치 정도의 스타급이나 FA를 신청한다. 보통 선수는 자격을 갖춰도 FA 선언을 하지 않는다. 오래 뛸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구할 뿐이라는 것이다.

C구단 사장은 “FA는 책임감”이라고 했다. 단순히 높은 몸값만 요구할 게 아니라 선수 자신이 팀에 어떻게 공헌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각 구단은 여전히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 그 상당 부분은 연봉 등 선수단 운영비다. 팀보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FA 선언 남발이 씁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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