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함께 춤을]<1>기록의 사나이 양준혁과 유쾌한 수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야구 그만두더니 더 바빠진 ‘양신’. 요즘 잘나간다. 돈도 벌 만큼 벌었겠다, 이제 결혼만 하면 딱인데…. “아∼, 어디 괜찮은 여성 없나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팬들과 만난 양준혁이 독신주의자가 아니란 걸 강조하면서 멋쩍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A.by BOM 헤어 디자이너 하나 씨, 양준혁, KB투자증권 이환희 차장, 보건복지부 박찬수 사무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야구 그만두더니 더 바빠진 ‘양신’. 요즘 잘나간다. 돈도 벌 만큼 벌었겠다, 이제 결혼만 하면 딱인데…. “아∼, 어디 괜찮은 여성 없나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팬들과 만난 양준혁이 독신주의자가 아니란 걸 강조하면서 멋쩍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A.by BOM 헤어 디자이너 하나 씨, 양준혁, KB투자증권 이환희 차장, 보건복지부 박찬수 사무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경기장 안전그물 너머나 TV 화면 등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스포츠 스타들이 바로 팬 곁으로 다가갑니다. 평소 직접 대하기 힘들었던 팬들과의 만남에 스타들의 가슴도 설렌답니다. 본보는 독자들과 쌍방향 소통하는 시리즈 ‘팬과 함께 춤을’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스타와 팬들의 이색 데이트, 궁금증 풀이 등 맛깔스러운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팬들을 위한 문도 활짝 열어놓을 생각입니다. 첫 회 주인공은 ‘양신(梁神)’으로 이름을 날린 야구스타 양준혁입니다. 은퇴 후에도 현역 때 못지않게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준혁과 한번 만나보시죠.》

야구에서 잘나갔던 이 남자. 은퇴하더니 더 잘나간다.

몇 달 전 SBS-ESPN 야구해설위원 명함을 받았는데 이번에 만났을 땐 야구재단 이사장 명함을 건넨다.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일곱 번째 멤버로 고정 출연하고 있고, 명강사로 전국의 대학과 기업을 누빈다. 얼마 전엔 SK텔레콤의 트윗 자키(TJ)로 변신해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이라는 책을 냈고, CF도 여러 편 찍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영남대 스포츠과학 대학원도 다닌다.

야구인 ‘양신(梁神)’에서 대학원생 ‘준혁 학생’까지. 하루가 다르게 변신을 거듭하는 그는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42)이다. 그는 “야구 할 때 수비, 주루는 못하고 방망이만 잘 쳤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멀티플레이어가 됐네요”라고 농담을 던진다.

전화해도 한 번에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쁜 척(?)하던 그가 팬들이 만나자는 요청에는 순순히 응했다. 하긴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이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일”이라는 그다. 팬들과 함께 그동안 궁금했던 인간 양준혁을 파헤쳐 봤다. 팍팍∼.
○ 양신과 사랑

돈 많지, 몸 좋지, 미남은 아니지만 호남형 얼굴이지. 장가를 ‘못간’ 건 아닐 터였다. “TV에서 보면 참 귀여워요. 실제로 보니 피부도 생각보다 좋네요”라는 하나 님의 말에 양신은 “대체 그동안 절 어떻게 생각하셨기에…”라며 허허 웃는다.


환희 님이 거든다. “이상형이 뭔가요.” 이쯤 되면 다음 말은 보나마나다. 기자들이 물었으면 뾰로통하게 반응했을 결혼 얘기다.

“좀 착하고, 대화 잘되고, 친구 같기도 하고”라고 말을 꺼내더니 “근데 유명해진 후에는 소개해주는 사람이 없네요”라며 푸념이다. 그는 결코 독신주의자가 아니다. 인연만 된다면 곧장 결혼을 향해 전력 질주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부모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양신은 “작년 은퇴식 때 시구자로 아버지를 모셨어요. 아버지가 ‘다른 선수들은 이런 행사에 아내와 아이들을 초청하는데 준혁이는 다 늙은 애비를 오라고 하네’라고 푸념하셨어요. 기왕 늦은 거 서두르진 않겠지만 저도 이제 아내가 생겼으면 좋겠네요”라고 했다.
○ 양신과 돈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에서 근무하는 환희 님은 강남 큰손들의 자산관리 전문가. “주식 하세요”라는 물음에 양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전에 한 번 해 봤는데 시기가 안 좋을 때 해서 손해를 봤습니다. 그때 느꼈죠. 주식은 내가 할 게 아니라고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으로 번 목돈은 집과 땅에 투자했다. 또 하나 그는 미래에 대비해 독특한 부업을 한다. 바로 수산업이다. 양신은 “낚시 다니면서 알게 된 분의 소개로 전복 양식 사업을 하고 있어요. 경북 포항 구룡포에 야구장만 한 바다를 방파제로 막아 전복을 키우죠. 양식이지만 바다에 뿌려서 키우기 때문에 자연산에 가까워요. 개당 5000∼1만 원을 받습니다. 나중에 부모님하고 대구에 전복식당을 낼까 해요”라고 했다. 환희 님은 “사업도 하시고 재단도 하시잖아요. 돈을 많이 버는 분들은 세금 문제가 중요해요. 재테크와 세테크가 시급해 보여요. 지금이라도 가까운 금융기관에서 도움을 받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 양신과 예능

“남자의 자격(남격)에서 보면 보기와는 달리 요리도 잘하시고 자상해 보여요.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고 재치 있으세요”라는 하나 님의 칭찬.

양신은 “일단 멤버들이 좋아요. 야구할 땐 28세부터 항상 왕고참이었어요. 그런데 남격에서는 형이 3명, 동생이 3명이에요. 야구할 때 선배 모시는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형들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러다 강호동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찬수 님의 질문에는 “다행히 제가 주제 파악을 잘하는 편이에요. 강호동은 20대 초반에 운동 그만두고 이 바닥에서 열심히 해 최고가 됐잖아요. 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도전할 뿐이에요”라고 한다. 그는 또 “예전 선배들은 팬들로부터 도망 다녔어요. 이제 시대가 바뀌었죠.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소통해야 해요. 배용준, 이병헌급이면 신비주의로 갈 만하죠. 근데 내가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웃음)”
○ 양신과 도전

양신 이전 스타 선수들은 은퇴 후 진로가 대개 정해져 있었다. 해외 연수 후 코치, 감독으로 이어지는 지도자 복귀였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삼성 팬인 찬수 님은 양신이 야구에서, 또 삼성에서 멀어질까 봐 걱정이다. “이만수(SK 2군 감독)처럼 프랜차이즈 스타가 삼성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게 아쉽다”는 것이다.

양신은 “코치나 감독은 저 아니라도 할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야구 재단을 설립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죠. 몸은 고생스럽지만 솔직히 마음은 좀 더 편해요”라고 말한다. 야구를 그만두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은퇴 선언 다음 날 곧바로 방송 출연 섭외가 들어왔다. “은퇴 후 일이 없었으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근데 방송과 강연 등으로 저를 찾아주는 분이 많았어요. 선수 시절에는 매일 성적이 나오니 전쟁을 치르듯이 긴장하면서 살았어요. 야구를 즐기지 못했죠. 지금은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자도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마음이 편하고 보람도 커요”라고 한다.

양신은 자신이 신으로 불리는 게 부담스럽다. 단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 초년병으로 바라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뛸 겁니다. 제가 잘하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담당기자가 본 양준혁▼
선수때도 은퇴 후에도 그는 언제나 전력질주

양준혁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0년이었다. 당시 LG 담당 기자로서 해태(현 KIA)에서 트레이드돼 온 양준혁을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언젠가 강호동이 방송에서 “양준혁은 매를 부르는 얼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당연히 그렇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말투는 거칠었고, 타석에서는 거만해 보였다.

잘 치는 타자였지만 ‘영양가가 없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팀 배팅보다 자기 타율을 관리하는 이기적인 배팅을 한다는 거였다. 당시 양준혁 타격의 영양가를 알아보기 위해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의 주자 상황별, 스코어별 타격 성적을 몰래 분석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6개월가량 분석했는데 영양가가 없다는 기사는 결국 쓰지 못했다. 의외로(?) 영양가가 나쁘지 않아서다.

양준혁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입을 모아 인정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땅볼을 치고 1루까지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였다는 것이다. 전력질주는 야구의 기본 중 기본이다. 하지만 매 타석 이 기본을 지키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런데 양준혁은 프로에서 18년간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이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가 때린 2318안타 중 내야안타는 156개였다. 이 모두가 전력질주 때문은 아니겠지만 상당수는 열심히 뛰어서 나온 안타다. 그의 통산 타율은 0.316인데 내야안타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0.295가 된다. 매 타석 열심히 뛴 덕분에 그는 영원한 3할 타자가 된 것이다. 전력질주가 없었다면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은 없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은퇴 후 제2의 인생에서도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힘닿는 대로 부딪치고 있다. 방송도, 강연도, 야구 재단도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그런 양준혁을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준혁은… ▼


△생년월일: 1969년 5월 26일 △출신지: 대구 △체격: 188cm, 95kg △가족: 2남 1녀 중 셋째, 미혼 △출신교: 남도초-경운중-대구상고-영남대 △소속팀: 1993년 삼성-1999년 해태(현 KIA)-2000년 LG-2002∼2010년 삼성 △주요 수상: 신인왕(1993년), 타격왕(1993, 1996, 1998, 2001년), 타점 1위(1994년), 최다안타 1위(1996, 1998년), 골든글러브(1996∼1998, 2001, 2003, 2004, 2006, 2007년) △주요 기록: 최다경기(2135경기), 최다홈런(351개), 최다안타(2318개), 최다타점(1389개), 최다득점(1299개), 최다타수(7332타수), 최다루타(3879루타), 최다4사구(1380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