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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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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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영국 런던.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런던에 있던 한국축구대표팀의 이동국(31·전북 현대)은 전화 한통을 받고 힘이 솟구쳤다.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휴대전화에서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쌍둥이 딸의 앙증맞은 합창소리가 들려온 것.

기분이 너무 좋아진 이동국은 두 딸 재시와 재아(3)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일은 꼭 골을 넣어야지"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날 열린 경기에서 이동국은 절묘한 발리슛으로 골을 터트려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세계적인 스타인 디디에 드로그바가 이끄는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넣은 결승골이라 더욱 빛났다.

1998년 19세의 나이로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해 네덜란드전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을 선보이며 각광을 받았던 이동국. 그러나 이후 그에게는 지독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하고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006년에는 독일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십자인대 부상을 입어 뛰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과 잉글랜드 프미리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도 뛰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2007년에는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에 뽑혔으나 음주 파동에 휘말려 국가대표 1년간 자격 정지 및 대한축구협회 주관 대회 2년간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8월 두 딸을 얻은 후 그의 축구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국내에서도 이 팀 저 팀을 떠돌다 전북 현대에 정착한 이동국은 지난해 K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며 득점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며 부활했다.

이동국은 "두 딸이 커가면서 책임감이 커졌다. 아이들에게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매일 최선을 다하다보니 좋은 일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동국의 부인은 미스코리아 출신의 이수진 씨. 이동국은 최근 또 한명의 막강한 후원자를 얻었다.

인기 연예인 은지원이 손위동서가 된 것. 은지원은 전북 팀의 명예 홍보대사를 맡아 조카들과 함께 틈만 나면 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을 응원하고 있다.

2일 경남 FC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관중석에 있는 부인과 딸, 그리고 은지원을 향해 환호성을 터뜨렸던 이동국. 그는 요즘 남아공 월드컵에서 두 딸을 위해 펼칠 골세리머니를 준비 중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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