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돈봉투 유혹에 약한 지도자들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7일자로 ‘축구단체장 선거 앞두고 현역지도자에 돈 뿌려’라는 기사를 쓴 뒤 여러 축구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중 가장 가슴 아팠던 게 ‘현장 지도자들은 돈을 주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한국 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의 임금은 최소 9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 정도 됩니다. 우승을 많이 해서 속칭 ‘잘나가는’ 감독들은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현장 지도자들의 임금 수준은 열악합니다.

이렇다 보니 팀과 관련된 인사들이 격려금 조로 돈을 주는 게 관례가 됐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혹은 우승을 하거나 하면 격려금으로 수백만 원씩 주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 스카우트와 관련돼서는 많은 돈이 오고 갑니다. 현실적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감독은 물론 학교 관계자들에게 돈을 써서라도 잘 보여야 선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스카우트비를 따로 책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도자들이 실력이 안 되는 선수를 받으면서 돈을 받습니다. 그리고 좋은 선수를 받을 때 그 돈을 다시 뿌립니다.

또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진학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봉’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 마시고 전화해서 “돈 좀 내달라”는 지도자들의 요구를 학부모들이 거부하기 힘듭니다.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로선 지도자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자주 장식하는 지도자들의 금품수수가 이뤄지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현장 지도자들의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겉으로는 ‘어려운 환경에서 수고 한다’며 격려금을 주지만 실제론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놓고 돈을 뿌리는 사람들도 그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런 돈 문제는 축구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현장 지도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임금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돈이 있어야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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