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구장마다 다른 ‘가을 잔칫상’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잔치에 술과 음식이 빠질 수 있을까요. 흔히 ‘가을 잔치’로 비유되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는 SK와 두산, 롯데, 삼성이 올라왔습니다. 연고지로 보면 인천과 서울, 부산과 대구에서 잔치가 열린 셈이지요. 잔칫상 모습도 달랐습니다.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대구에서는 5000원짜리 한 장이면 살 수 있는 치킨이 단연 인기였습니다. 구장 안팎은 온통 닭튀김 냄새로 진동했지요.

부산 사직구장은 치킨뿐 아니라 족발도 인기 메뉴였죠. 또한 구장 바로 옆에 대형마트가 있어 술과 음료수, 과자를 양손에 사들고 마치 소풍가는 것처럼 야구장을 찾은 팬도 많았습니다.

서울과 인천은 패스트푸드가 대세입니다. 잠실구장 내에 입점한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치킨 몇 조각과 햄버거, 음료수를 1만 원에 패키지로 판매하지요. 저녁 경기는 쌀쌀하기 때문에 담요나 방석을 사은품으로 내세워 야구팬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인천 문학구장 또한 입점한 외식 업체의 치킨과 유명 핫도그가 인기입니다. 지하철역 앞에 포장마차가 여러 개 있어 귀가하는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잡기도 하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야구장 내 술 반입이 금지되어 가방을 열어 보인 뒤 입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의 이진형 홍보부장은 “야구장에 먼저 들어간 일행이 줄을 내려 주면 밖에 있던 다른 일행이 술과 안주를 묶어 보내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외야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관중도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야구장 음주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아 찬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담당인 건강정책과 손영래 서기관은 “야구장 금주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무튼 술을 즐기는 야구팬들은 자신의 지나친 음주로 피해를 보는 주변 분들의 형편도 한 번쯤 헤아려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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