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스타선수들 지도자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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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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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상민(38)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상민은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농구대잔치 세대 중에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마흔을 바라보는 요즘도 외식이나 쇼핑을 가면 팬들의 사인이나 사진 촬영 공세에 시달린다. 그가 코트를 떠난다는 소식이 본보를 통해 처음 알려지자 팬들의 전화 문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뜨거운 관심과 화려한 경력을 뒤로한 채 이제 이상민은 지도자 수업을 쌓게 된다. 자신의 앞에 놓인 새 길을 바라보는 그에게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며 오랜 기간 고민해야 했다.

대학 시절 오빠부대의 우상으로 군림하던 농구대잔치 세대 중 지도자로 뿌리를 내린 사례는 아직 찾기 힘들다. 특히 프로 무대에서 코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상민보다 먼저 유니폼을 벗은 유명 선수들은 대부분 코트를 떠나 농구와 무관한 일을 하기도 한다. 스타 출신 A 코치는 뛰어난 팀 성적에도 최근 재계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프로 코치로 정착해 감독과 선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사례가 많아 대조적이다. 스타 출신은 좋은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적용되는 셈이다.

프로 감독들은 “농구대잔치 세대들은 대학 졸업 후 실업 팀에 입단하면서 10억 원 이상의 계약금을 챙겼다. 늘 대접받다 보니 지도자가 갖춰야 될 희생과 리더십이 부족한 게 핸디캡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올 시즌 통합챔피언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은퇴 후 대학 코치를 했던 게 힘은 들었어도 큰 자산이 됐다. 후배들도 다양한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무엇보다 나를 먼저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현역 시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농구대잔치 세대. 지도자로도 코트를 빛내는 일이야말로 이런 애정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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