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같은 듯 다른 ‘트레이드 파동’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3시 00분


1998년 어느 봄날 이른 시간에 회사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저 허재인데요, 오늘 오전 10시 반 타워호텔로 좀 와주십시오.”

당시 프로농구 기아에서 뛰던 허재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코트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허재는 프로 원년인 1997시즌 기아에서 최인선 감독과 마찰을 빚으며 포스트시즌에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았다. 원년 챔피언에 화려하게 등극하고도 스포트라이트가 강동희, 김영만에게 쏠리면서 허재는 씁쓸했지만 당장 팀을 떠나기보다는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그래서 1997∼1998시즌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손등이 부러지고 이마가 찢어지면서도 투혼을 보였다.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어도 그는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허재는 주위의 찬사를 들은 뒤 이적 결심을 굳히고 삼성으로 옮기려다 최희암 감독의 영입 움직임이 일자 나래에 둥지를 틀고 우승 한 번 더 하고는 은퇴했다.

선수 말년에 산전수전을 다 겪고 KCC 감독으로 변신한 허재는 지난주 간판스타 서장훈을 최희암 감독이 있는 전자랜드로 보냈다. 서장훈 역시 자신처럼 구단에 트레이드까지 요구하다 결국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허 감독이 서장훈과 얽힌 구설수에 시달리다 결별한 것을 보면 마치 파란만장했던 ‘현역시절의 업보’인 것 같다.

하지만 서장훈은 기아 시절 허 감독과 달리 KCC에서 어떤 성과나 강렬한 인상조차 보여주지도 못한 채 출전 시간 감소에 대한 불만만 털어놓다 떠났기에 대조적이다. 특히 서장훈은 하승진의 가세로 자신의 입지가 줄어든 데 대한 불만을 공개 석상에서 수시로 드러내 갈등을 자초했다는 인상도 짙다.

허 감독에 이어 SK 감독 시절 서장훈과 호흡을 맞추다 역시 불화를 일으킨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강한 스타 의식과 개성은 둘 다 유별났지만 프로 의식에선 허재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10년 세월을 건너 트레이드 파동을 일으킨 허재 감독과 서장훈. 역시 세상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절실해지는 연말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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