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전육 KBL총재 비전 이루려면…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윙크 왕자’ 이용대(삼성전기)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최근 한 축하연에서 만난 이용대는 “하루에 사인을 5000장씩 한다. 식사도 제때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용대 효과’로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배드민턴은 약수터나 동네 공원에서 중년층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역동적인 이용대의 플레이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도 셔틀콕 바람이 일고 있다.

이처럼 스타를 통한 미디어 노출은 특정 스포츠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올림픽 열기가 채 식지 않은 가운데 취임한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스타 발굴’과 ‘전 경기 TV 중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별로 새로울 게 없지만 쉽게 이루기도 힘든 게 프로농구의 현실이다.

KBL의 지난 정규 시즌 270경기 가운데 34경기가 배구 축구 등에 밀려 아예 중계되지 않았으며 9경기는 녹화 중계됐다. 플레이오프는 지상파 TV 중계를 위해 오후 6시 이전으로 시작 시간을 앞당겨 현장 관중의 볼 권리를 박탈했다는 원성을 샀다.

최근 한 방송사의 편성책임자는 “수십억 원을 들여 중계권을 샀는데 프로농구 시청률은 1% 남짓이다. 방송사가 자선사업을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조적으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김원길 총재의 적극적인 의지로 시청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 시즌 인터넷 중계와 함께 115경기 중 113경기를 생중계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용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대성할 자질을 알아보고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끝에 영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KBL은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구단의 이해에 휘말려 장기 비전과는 거리가 먼 일회성 정책을 쏟아내기 일쑤였다.

전 총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내일을 이야기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일본 속담을 인용하며 “업무 파악을 한 뒤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그 출발이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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