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2%가 부족한 ‘프로 김승현’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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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케이론이 등장한다.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인간이고 나머지 부분은 말의 형상인 켄타우로스 족이다. 대부분의 반인반수가 난폭한 것과 달리 케이론은 선량하고 정의를 존중하며 의술, 예언, 음악, 사냥 등에 뛰어난 능력을 지녀 헤라클레스, 악타이온, 아킬레스 등 영웅들을 가르쳤다.

뜬금없이 신화를 꺼낸 것은 프로농구 오리온스 김승현(29) 때문이다.

그는 최근 왼쪽 팔에 케이론 문신을 했다.

김승현은 3년 전 국내 농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오른쪽 팔에 문신을 해 화제를 뿌렸다. 불타는 공을 그린 뒤 이듬해에는 기존의 문신에 용을 추가했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을 표현했는데 “내게 농구는 영원하다”는 의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번에 케이론을 선택한 이유는 무얼까. 김승현은 말띠이고 자신의 별자리(궁수자리)를 형상화하고 있어서다.

현재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윌리엄존스컵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김승현은 대표팀 합숙 훈련 때 양쪽 팔에 문신을 하고 나타나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대표팀 최부영 감독이 “담배 피우는 선수는 손 한번 들어 보라”고 말했을 때 유일하게 당당히 손을 든 것도 그였다.

이처럼 김승현은 뛰어난 기량만큼이나 강한 개성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때론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음주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초 한중 올스타전 때는 경기 전날 심하게 술을 마신 게 코칭스태프에게 전해져 코트에 나설 수 없었다.

신화에서 케이론은 불사의 몸이었지만 포도주를 둘러싼 종족 간의 싸움에 어이없이 휘말려 제자 헤라클레스가 잘못 쏜 화살에 맞고 하늘로 올라가 궁수자리가 됐다.

김승현은 지난주 끝난 연봉 협상에서 전년도보다 2억 원이나 오른 6억3000만 원으로 연봉 랭킹 2위에 올랐다. 공인의 자세나 도덕적 의무 같은 거창한 단어는 아니더라도 진정한 프로의 자세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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