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선장 잃은 SK호’ 어디로 갈까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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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SK의 브루나이 전지훈련 때 일이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회식자리에서 최고참인 문경은(35)은 SK를 ‘정거장’에 비유했다.

“올 1월 SK에서 처음 와 지내다 보니 후배들이 팀을 잠시 스쳐가는 곳으로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끈끈한 소속감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SK는 스타가 많지만 모래알같이 흩어져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문경은은 ‘주장’까지 자원하며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애를 썼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처음 입단한 삼성은 전통이 대단했고 선후배 사이에 정도 많았다. SK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는 시즌 개막 직전에는 제주에서 전에 없던 워크숍까지 열고 ‘이번엔 잘해보자’며 의기투합하는 자리까지 가졌다.

하지만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해도 이런 노력은 별 성과가 없었다.

14일 현재 SK는 3승 6패로 최하위에 처졌다. 전날 SK 김태환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감독으로 물러났다.

국내 선수와 용병이 모두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나 여전히 불안한 수비와 무리한 개인플레이 속에 연패를 거듭했다. 최근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다 보니 패배 의식에 젖은 SK 선수들은 경기 막판 고비에서 실수를 쏟아냈다.

진로를 인수해 1997년 9월 창단한 SK는 97∼98시즌부터 프로농구에 뛰어들어 출범 후 10시즌을 맞았다. 2000년 정상에 오르는 화려한 순간도 있었지만 굴곡이 심했다.

창단 첫 해 꼴찌로 출발해 1998∼1999시즌에는 안준호 감독을 불과 6경기 만에 경질했다. 2002년에는 간판스타 서장훈과의 재계약에 실패하며 전력 약화를 자초했다. 잦은 트레이드는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감독과 선수의 불화설도 심심치 않게 들려 왔다.

뿌리 깊은 부진 속에 SK는 감독 퇴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도 한다. 더 내려갈 곳 없는 SK의 탈출구가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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