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내사랑]수원구장 건설비 3120만원 쾌척 박환규옹

  • 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02분


“고향에서 이처럼 큰 행사가 치러지는데 가만히 있는 건 도리가 아니지.”

경기 수원시 토박이인 박환규(朴煥奎·82·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옹은 수원 월드컵 구장 건설비용으로 2000년 10월 3120만원을 쾌척한 장본인.

경기도와 수원시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인 98년 9월 부족한 수원 월드컵 구장 건설비용을 마련하고 범도민 월드컵 붐을 조성하기 위해 실시한 ‘1인 1의자 갖기 운동’에 선뜻 동참했던 것. 의자당 10만원 1계좌로 박옹은 312계좌를 책임졌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별 진척이 없었던 이 운동도 폭넓게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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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원구장의 좌석 4만641석중 97%인 3만9400여석의 기금이 모아졌고 이달말이면 ‘1인1의자 갖기 운동’은 성공리에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박옹은 “남들 다하는 술 담배 골프 해외여행 안가고 절약해서 모은 돈”이라며 “이번 월드컵은 국운을 결정할 중대사인데 돈이 없어 구장을 못짓는다고 하니 앞뒤 안가리고 돈을 내놓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옹이 매일 아침 출근하는 옛 수원종로예식장 빌딩 사무실에는 수십년된 책상과 나무의자, 소파만 놓여있다. 흔한 에어컨이나 온풍기도 없다.

11세 때 집안형편이 어려워 무작정 상경, 잡화점 사환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했기 때문인지 쓸데없는 곳에는 돈을 거의 안쓴다.

그러나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소방관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100만원을 성금으로 보낸 데 이어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수원남부소방서 소방대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1억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박옹은 현재 경기도 궁도협회 고문과 밀양 박씨 수원지부 지부장 등 각종 사회단체장을 맡고 있으며 4년전 문을 닫은 수원종로예식장을 30여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박옹은 성공적인 월드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친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경험상 일본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정직합니다. 외국인들이 양국을 오가며 비교할텐데…”고 지적했다.

박옹은 이 때문에 택시나 버스를 타게 되면 운전사들에게 “당신들이 민간 외교간으로서 조금만 노력하면 훌륭한 월드컵을 치를 수 있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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