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월드컵은 축구경기일뿐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07분


2002월드컵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 갈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대표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염원하는 것 중 하나다.

최근 일본의 사회학자들이 중심이 된 학회에 참석한 일이 있다. 한 학자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운동 접근방법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주제 발표했다. 그 학자는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에 대한 생각의 큰 차이를 설명했다.

한국은 월드컵을 통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밑거름으로 ‘월드컵의 성공과 더불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시민의식을 선진국형으로 바꾸자’라고 하면서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처럼 사회운동적 체질계선보다는 한일관계개선과 방송권문제 그리고 홀리건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결승토너먼트진출의 기대 등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하여 축구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월드컵을 통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정부와 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언론매체나 캠페인을 통해서 선진 국민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시민의식을 홍보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다른데서 나온 현상이다. 한국은 아직 선진국을 꿈꾸고 있는 나라이고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축구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큰 대사를 통해 사회전반의 변화 특히 질서의식이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대사를 국민 전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 주체는 축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어야 된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야만 월드컵이 끝난 뒤의 축구발전 계획까지 자연스럽게 세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일본은 일찌감치 월드컵이 끝나면 누가 축구협회 회장이 될 것인지까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유소년 축구의 발전방향이 세워지는 등 미래 축구발전에 대한 대책이 이미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도 대한축구협회의 노력으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선진축구화를 시도해 최근 대표팀의 전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뿐만아니라 히딩크 감독 등 네덜란드 출신 코칭스태프가 보여준 선진적인 대표팀 관리시스템을 일선 지도자들이 배우고 있어 그 파급효과도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가 한계단 도약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축구외적인 것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하는 사회 분위기때문에 월드컵이 끝나면 축구열기가 식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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