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거만한 유럽의 클럽들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44분


우리 모두가 하나되고 전세계가 한국과 일본에 촉각을 곤두세울 시기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만사가 순조롭고 경기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기만 한다면 2002년 월드컵은 여러분의 나라에 올림픽보다 더 큰 이바지를 할 것이다.

나는 유럽인들이 스포츠정신에 동참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유럽의 부유한 축구클럽들이 거만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그들은 오로지 돈만 바란다. 그들은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유럽의 주요 축구클럽들은 모든 대륙에서 선수를 영입하고도 그 선수를 길러준 모국을 돕기는 커녕 클럽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다.

사실 클럽과 국가의 마찰은 진부한 논란이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책임이 크다. 후앙 아벨란제가 집권한 25년, 그리고 그 후계자인 제프 블래터가 수장에 올라있는 현재까지 FIFA는 더 큰 돈벌이와 조직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꾸준히 새로운 대회를 만들어 왔다.

그로 인한 최악의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11월11일 호주는 홈인 멜버른에서 프랑스와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이 경기는 역대 호주에서 벌어진 축구경기중 최고의 경기다.

‘사커루스’(사커와 캥거루를 조합한 호주축구대표팀 애칭)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고 세계 수준의 선수도 보유하고 있다.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의 마크 비두카, 해리 케웰은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뛰어난 공격수고 첼시의 GK 마크 보스니치도 환상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

호주는 오세아니아의 챔피언이고 프랑스는 세계 챔피언이다. 둘 다 경쟁이 필요했고 이미 몇달전에 경기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잉글랜드 클럽 아스날은 선수 차출을 거부했다. 아스날은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실뱅 윌토르, 로베르 피레스 등 프랑스 대표선수의 멜버른행을 저지하고 나섰다.

왜? 아스날은 여행 거리가 너무 멀어 선수들이 지칠 것이라는 핑계를 댔다.하지만 진짜 이유는 선수들을 보내주는 대신 ‘돈’이라는 보상을 원했기 때문이다.

FIFA는 각국이 자국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FIFA 헌장 때문에 아스날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스날 구단의 부단장인 데이비드 데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첼시, 유벤투스 등 유럽 11개 클럽의 서명을 함께 받아 탄원서를 냈고 불행하게도 FIFA는 이에 동의했다. 블래터는 호주와 프랑스에 클럽당 한명의 선수만 소집하도록 ‘강력히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호주는 이미 수천장의 입장권을 팔았으며 2류팀을 구성해 축구팬을 속였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는 입장을 아스날과 FIFA에 분명히 전달했다.

왜 이토록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스포츠의 수장이 한 축구 클럽에 농락당하게 됐을까. 두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블래터는 파산한 ISL과의 커넥션은 물론 컨페더레이션스컵이나 세계클럽컵같이 각국 축구 일정에 중대한 차질을 주는 불필요한 대회를 만들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블래터는 내년 월드컵 직전 한국에서 열리는 회장 선거에서 다시 승리하기 위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오세아니아 표는 10장밖에 안된다. 반면 유럽은 51, 아프리카는 50 이상이고 북중미와 아시아가 나머지 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FIFA 회장은 유럽 축구클럽들에 머리를 숙이는 한편 호주가 홈에서 사상 최고로 매력적인 경기를 열려는 것을 막아서고 나섰다. 그러나 호주뿐 아니라 프랑스대표팀 감독 로제 르메르도 FIFA에 맞서고 있다. 르메르는 프랑스가 아스날같은 클럽팀의 포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르메르는 완벽한 대표팀으로 멜버른에 입성할 것이다.

이처럼 클럽과 국가간 힘겨루기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여러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재능있는 선수들이 세계축구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수록 TV중계권료로 떼돈을 벌고 있는 잉글랜드나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빅리그에서 유혹하는 백만장자의 꿈에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여러분과 나의 고민이다. 만약 선수들의 몸값을 치르고도 2억달러의 수익을 남기는 클럽들이 그 선수들을 조국에 보내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꿈을 나누려는 월드컵은 종말을 고할 지도 모른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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