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오늘은 KCC, 내일은 SK"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4시 48분


장안의 화제의 드라마인 '여인천하'에는 3명의 여인들의 희비에 따라 나라가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라면 프로농구에서는 팀당 2명씩 있는 총 20명의 용병들이 한국프로농구를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일 현재 팀순위에서도 그 증거는 충분하다.

용병의 교체가 한번도 없던가, 용병의 성실성과 기량이 타팀에 비해 앞서는 인천SK, 대구동양, 서울삼성등이 상위권에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반면 용병의 기량미달로 대체용병을 선발하거나, 주전 용병의 부상, 기량미달의 용병을 보유한 원주삼보, 전주KCC등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팀성적뿐만이 아니라 각부분별 개인 순위에서도 용병들이 모두 점유하고 있다. 득점 10위건 안에는 서장훈만이 유일하게 국내 선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리바운드부분에서는 용병들의 이름으로 모두 채워져 있다.

국내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3점슛에서도 1위자리는 KCC의 용병 브룩스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어시스트나 스틸부분에서 국내선수가 1위자리를 지킬뿐 대다수 용병들이 각부분 상위권에 자릴 잡고 있다.

올시즌 국내 선수들의 전유물이였던 3점슛이나 어시스트, 스틸부분에서도 용병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현상은 예년에 비해 각팀별로 키큰 센터급 용병들을 선호했던 것과는 달리 키가 좀 작더라도 포워드나 가드를 소화할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를 펼칠수 있는 선수들을 뽑으면서부터 국내선수들이 장악하던 부분까지 용병들의 이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라면 1,2년이 흐린뒤 한국프로농구에서는 센터에서 가드까지 모두 용병들의 주무대로 바뀔 전망이다. 덩치 큰 용병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서장훈이 센터부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몇 년후면 가드나 포워드진에서도 이상민이나 문경은, 주희정등의 선수들만이 살아남아 자리를 지킬 운명에 처해 있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성적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용병들.

비단 용병들의 국내코트 장악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팀당 2명인 용병중 한명이라도 부상이나 기량이 떨어지면 해당 팀은 경기를 포기하거나 시즌을 포기해야만 한다. 예전 동양의 32연패가 용병 부재에서 시작되었고, 올시즌 우승후보중 하나로 손꼽히던 KCC의 몰락도 용병문제에서 출발했고, LG와 코리아텐더의 시즌중 4대4 대형 트레이드 또한 잘못 뽑은 용병들로 인해 이뤄졌다.

이뿐 아니라 KCC에서 존스의 부상공백을 매워주기위헤 영입된 화이트는 23일이후 존스의 복귀로 국내무대를 떠나야 하나, 아이크의 부상으로 새로운 팀 인천SK에서 25일부터 다시 뛰게 된다. 공교롭게도 화이트는 23일엔 KCC유니폼을 입고 인천SK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25일엔 인천SK 유니폼을 입고 KCC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는 웃지못할 촌극이 연출되기에 이르렀다.

얼마전 고교무대에도 용병이 등장, 화제를 모았다.

선수수급이 어려워진 모여고에서 우즈베키스탄 장신 선수를 유학생으로 받아들여 내년 국내대회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화제가 되었는데 고교농구무대에서도 그러지말란 법은 없다.

국내 성인선수들이 용병들에게 설 자리를 잃어버리면 자연 초중고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선수육성에 문제가 생기고, 선수수급을 위해 중고교농구에서는 중국이나 미국의 중고생들을 받아들여 대회에 나서는 상황도 멀지 않았다. 이런 선수들이 몇년지나 귀화를 하고 프로무대에 뛰어들게 되면 용병찾아 트라이아웃등을 열지 않아도 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97년 프로농구 출범이후 인기를 위해 들여온 용병들.

지나친 용병의존으로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는등 인기를 넘어선 국내프로농구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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