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짜구 치는 고스톱? "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9시 50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킬 2002년 월드컵 조추첨이 코앞에 다가왔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원칙에 따라 무작위 추첨을 할 예정이지만 이미 1번 시드를 배정받는 국가가 발표됐고 그 밖에 몇 나라도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에서 경기를 펼칠 것인가가 윤곽을 드러냈다.

일단 한국에서 경기를 펼칠 나라는 지난대회 우승국인 프랑스와 개최국인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아르헨티나가 거의 확정적이다.

윤곽이 드러난 원인은 중국의 한국행이 내부적인 협의에 의해 이뤄지자 일본측에서 반대급부를 요구했고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일본행이 유력해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인 중국이 한국으로 오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연히 일본에서 예선전을 갖게 되고 일본이 브라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같은 대륙의 시드배정국인 아르헨티나는 자연스레 한국에서 경기를 펼친다.

즉 한국에서는 프랑스, 아르헨티나, 중국 등이 예선전을 펼치고 일본에서는 브라질,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경기를 갖는다.

모두가 한일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내부적인 협약의 결과.

‘무작위 추첨’이란 대세를 벗어난 결과가 나오자 유럽측에서 발끈하고 있다.

가뜩이나 축구의 변방인 한국과 일본에 1번 시드를 빼앗긴 잉글랜드가 반발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잉글랜드와 또다른 강호 포르투갈이 한국과 일본조에 각각 편성, 1번 시드의 혜택을 받는다는 괴담도 있다.

특히 잉글랜드는 여러 가지 정황을 내세워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되길 희망한다고 발표까지 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강력한 입김으로 인해 한국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해나가고 있지만 한국이 편법(?)을 동원한다면 유럽의 강호들 역시 가만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럽 대부분의 2번 시드국가들도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경기를 펼쳐야 안전하게 16강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로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뻔하다.

아시아 국가의 공동 개최라는 특수 상황이 있긴 하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짜구 치는 고스톱’과 다를 게 없다.

어느 국가가 로비를 잘 해 짜구 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스포츠계에서 개최국의 잇점을 무시할 순 없지만 FIFA의 원칙이 무작위 추첨이었다는 점과 그것을 우리의 탁월한 로비로 인해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만하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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