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스인스'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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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스인스’ 회원들이 23일 평일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공원에 나와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스인스’는 중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가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스인스’ 회원들이 23일 평일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공원에 나와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스인스’는 중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가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커뮤니티(community)는 ‘공동의 모임’. 놀이(Activity)도 다르지 않다. 함께 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본보는 매주 수요일마다 새 시리즈 ‘컴앤조이’(Come'N'Joy)를 연재한다. 커뮤니티를 찾아가 그들이 창조하는 새로운 개념의 여유문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스케이트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마운틴보드, 마운틴바이크, 스트리트루지…. 공통점은 ‘바퀴’ 스포츠다. 사람들은 왜 바퀴달린 물건을 좋아하고 미끄러지는 스포츠를 선호할까. 대답은 ‘안티 그래비티(Anti Gravity)’. 즉 ‘중력 저항’이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안티 그래비티 스포츠 가운데 가장 대중화 속도가 빠른 것. 그런 사실을 증명하듯 3000만명이 가입한 ‘다음’(www.daum.net)의 200만개 이상이나 되는 카페에서 인라인스케이트 커뮤니티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중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스케이트와 인라인스케이트’(이하 ‘스인스’·cafe.daum.net/cho60611)를 찾아보았다. 24일 현재 3만5216명. 다음 카페 안에서도 ‘100대 카페’에 뽑힐 정도다. 2000년 이 카페를 개설한 주인장 조광근씨(45·닉네임 빼빼로)를 만났다.

“‘스인스’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바르게 배우고 동호인과의 만남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카페지요.”

조씨는 스피드스케이트 선수였다. 인라인스케이트가 세상에 태어난 1980년대부터 연습 삼아 서울 태릉 푸른동산 등에서 ‘바퀴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국내 원조다. 카페를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97년경부터 시작된 인라인스케이트의 폭발적 인기와 더불어 사고가 급증하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선수인 내가 사고를 막아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그 방편으로 만든 것이 인터넷 카페다. 조씨는 카페 가입자를 대상으로 토요일마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무료강습도 열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고.

시절은 바야흐로 봄의 문턱. 겨우내 움츠렸던 회원들이 올림픽공원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2월 중순 이후 중단됐던 정기모임도 개시됐다. 이달 23일에는 올림픽공원에서 닦고 조이고 기름 친 인라인스케이트를 들고 나와 모처럼 스케이팅을 즐겼다.

닉네임 ‘곤조스’로 활동 중인 손병규씨(29). “직장을 얻어 4년 전 상경한 뒤 집과 회사만 오가는 단순한 생활이 짜증나 무턱대고 가입했지요. 요즘요? 살맛 납니다.” 그는 인라인스케이트도 좋아하지만 ‘애프터 스케이트’를 더 즐기는 듯했다. “처음 보는 사이라도 함께 땀 흘린 뒤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켜면 십년지기처럼 가까워집니다.”

닉네임 ‘레몬나무’ 오재훈씨(26)의 평은 좀 더 실제적이다. “여기 오면 사람이 엽기적으로 변합니다. 용기내서 한번 도전해 보세요. 생활에 활력이 생길 겁니다.”

주인장이 버티든 아니든 카페와 올림픽공원은 늘 ‘스인스’ 회원으로 북적댄다. 연륜을 더하며 자생력이 생긴 덕이다. 닉네임 ‘청부업자’ 이성규씨(22) 등 ‘고수’들의 신입회원 강습도 활발하다. 발을 제대로 떼지 못해도 걱정이 없다. 고수들이 끌어주기 때문. 서울 잠실과 여의도를 잇는 자전거도로를 무려 3시간이나 이렇게 주행시킬 정도다.

장거리 로드 투어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 해안도로 일주를 비롯해 여의도 불꽃축제장의 로드 투어에 수백명이 참가했다.

닉네임 ‘던필헌터’ 양준승씨(26)의 말을 귀담아들어 볼 만하다. “애들만 타는 게 아니에요. 생각만 바꾸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집니다. 그냥 올림픽공원에 나오세요. 그 다음엔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모여서 타면 이래서 좋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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