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경기장]<5>광주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39분


‘예향(藝鄕), 의향(義鄕), 미향(味鄕)’

많은 사람들은 광주를 빛의 고을이요, 문화 예술의 도시이자, 맛의 원형이 숨쉬는 고장이라 말한다. 광주 사람들도 광주가 어떤 곳이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삼향(三鄕)’을 얘기한다.월드컵과 함께 하는 광주여행은 이 세가지를 함께 담아 갈 수 있어 즐겁다.

무등산(해발 1187m)은 광주여행의 시작과 끝이다. 봄이면 만개한 연분홍 철쭉과 진달래가 산의 운치를 더해주는 무등산.산의 3대 절경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40여개 돌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 그리스 신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입석대, 그 위쪽 정상 부근에 거대한 돌병풍처럼 서 있는 서석대, 우거진 녹음 사이로 솟아 있는 돌기둥들이 색다른 풍광을 연출하는 규봉암 등이 석공의 다듬질을 받은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등산 증심사 계곡에 가면 고전과 현대의 조화로움과 함께 예향 남도의 끌텅을 만날 수 있다.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이 살았던 이 공간에는 그가 후학들과 함께 일궜던 4만여평의 무등다원과 선생의 그림혼이 담겨 있는 춘설헌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무등산의 별미는 갖가지 산나물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비벼먹는 보리밥.광주 중심가에서 무등파크호텔로 올라가는 도로에 20여개의 보리밥집이 모여 있어 일명 무등산 보리밥 촌을 형성하고 있다.

무등산 자락 광주호 주변에는 옛 선비들의 풍류와 사상의 터전이었던 누정(樓亭)과 원림(園林)이 자리하고 있다. 정자 나들이에 앞서 꼭 들러야 할 곳이 가사문학관이다.조선 중기 국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가사문학의 진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런 다음 조선시대 가장 아름다운 민간정원이라는 소쇄원과 환벽당, 식영정, 취가정, 풍암정 등을 찾아보면 옛 선비들의 체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인근에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통찻집이나 한정식 집이 많다.

발걸음을 돌려 무등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북구 망월동에 가면 1980년 5월 광주사람들의 상흔을 만날 수 있다.

97년 조성된 신 묘역에는 5·18 희생자 325명이 안장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유가족들의 오열속에 추모식을 비롯한 다양한 5월 행사가 열리고 수십만명의 참배행렬이 이어져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향의 향기가 한데 모인 곳은 세계적인 미술제전인 2002 광주비엔날레. 6월 29일까지 중외공원과 5·18 자유공원, 도심철도 폐선부지 등지서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멈춤, PAUSE, 止’.숨가쁘고 역동적인 현대사회 흐름속에서 잠시 쉬어가자는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단지 전시장에서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살아 있는 예술 현장이다.

광주 경기일정
날짜참가국비고FIFA 랭킹
6월2일(일) 20:30스페인:슬로베니아B조 예선7위:28위
6월4일(화) 15:30중국:코스타리카C조 예선51위:27위
6월22일(토) 15:30?준준결승전?

광주에서 1시간거리의 명소를 꼽으라면 단연 녹차향이 그윽한 전남 보성이다. 국내 최대의 차마을로 온 산에는 녹색의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한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보성 차밭은 각종 드라마와 광고의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짬이 나면 율포해수욕장 해수 녹차탕에 들러 피곤함을 씻어낼 수 있다.

광주를 꼼꼼히 살펴 보려면 광주시가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 5개 코스로 나눠 운행하는 시티 투어버스에 몸을 실어도 좋을 듯 싶다. 시청 홈페이지(www.metro.gwangju.kr)에 ‘광주관광’을 클릭하면 입맛에 맞는 맛집도 쉽게 고를 수 있다.

전고필(tournote@chollian.net·광주 동강대 관광정보과 겸임교수)


▼中-코스타리카전 관람 기대부푼 슈이칭씨

“광주는 무등산처럼 포근하고 정이 넘치는 곳인 것 같아요.”

광주YMCA와 중국 상하이(上海)YMCA의 실무자 교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6월 광주에 온 슈이칭(徐 淸·38·사진)씨.

상하이YMCA 회원활동부 간사인 그는 다음달 4일 중국과 코스타리카전을 보기위해 광주에 오는 친구들을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요즘 틈나는대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광주의 맛집과 명소 등을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른바 ‘물좋은 곳’을 물어보곤 한다.

“열달정도 살면서 광주사람들이 무척 친절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후한 인심도 인상적이었구요.친구들에게 광주의 멋과 맛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슈이칭씨는 친구들과 함께 광주 근교의 소쇄원, 식영정 등지를 둘러보고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나오는 한정식도 맛볼 참이다.

“광주의 월드컵 개최 열기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자원봉사자들도 많고 관광객을 배려하는 시설도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경기장 주변을 청소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는 중국 현지의 월드컵 열기도 함께 실감하고 있다.

현지에서 코스타리카전 입장표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탓에 지금도 여행사로부터 “표를 구할 수 없느냐”는 국제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그는 최근 광주시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월드컵 기간 동안 명예 자원봉사자로 위촉된 것.

그는 “아마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국인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벌써부터 설레인다”며 환하게 웃었다.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전통-멋 어우러진 ‘예술의 거리’

광주 동부경찰서와 중앙로로 이어지는 동구 ‘예술의 거리’는 예향의 전통과 멋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예술의 거리 개미장터.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300여m의 길에는 70여개의 갤러리와 골동품점, 소극장, 무형문화재 전시관 등이 자리해 언제나 크고 작은 전시회나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예술의 거리가 가장 활기 넘칠 때는 바로 개미장터가 개설되는 매주 토요일.

고서예품으로부터 엽전, 떡살, 비녀, 놋그릇, 민화, 고서, 향로, 연적, 목각품 등 옛 선인들의 손때가 묻은 민속예술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침 일찍부터 오후 6시까지 판이 벌어지며 수집상들과 흥정만 잘하면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예술의 거리에 있는 쉼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햇볕과 비가림 시설이 된 천장을 위에 두고 연자방아를 탁자 삼아 전통차를 마시면 묵향이 그윽한 이 거리의 참맛을 느낄수 있다.

토요일이면 예술가들이 쉼터에 나와 초상화와 묵화를 그려주고 무료 가훈도 써준다.가끔씩 도자기 빚기 시연회, 포퍼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길 왼편에 자리잡은 송학문학관도 들러 볼만 하다.청동기시대의 창을 비롯해 석검, 백제토기, 고려시대 불상 등 1000여점의 문화재들이 전시되고 있다.연중 무휴로 운영되며 골동품 구입도 가능하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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