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경기장]오사카 나가이구장

  • 입력 1999년 6월 3일 19시 13분


일본도시 중 재일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

오사카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6세기말 전국을 통일한 뒤 ‘천하의 부엌’으로 통할 정도로 옛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고 물자 교류가 풍부한 곳이었다.

그런 오사카가 21세기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용틀임을 시작했다. 물론 그 계기는 2002년 월드컵.

오사카는 94년 ‘24시간 잠들지 않는다’는 간사이국제공항 개통과 함께 96년 나가이경기장의 개축을 일찌감치 끝냈다. 10개 개최 도시중 가장 먼저 ‘하드웨어’를 구축한 뒤 이제 ‘소프트웨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오사카시가 내건 구호는 ‘스포츠 천국, 오사카’.

그 첫번째 실천 전술로 채택한 것이 나가이경기장을 시민 모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꾸민 것으로 이름하여 ‘스포츠의 즐거움이 넘쳐나는 오사카’.

우선 나가이경기장은 ‘물의 도시’ 오사카를 가로지르는 요도강의 지류인 야마토강 근처에 있는 나가이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쾌적할 뿐만 아니라 나가이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로 찾기도 쉽다.

월드컵이 치러질 제1경기장 외에도 시민이 언제라도 싸게 빌릴 수 있도록 제2,3경기장을 따로 마련했다.

9개 레인의 4백m 트랙이 깔린 1경기장의 주제는 ‘도전과 의지’. 4만5천4백9명을 수용하는 이 경기장은 2천5백대의 주차 시설과 함께 군데군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장애자 전용 관람석.

휠체어 이용 장애자를 위해 계단이 없는 관중석을 따로 2백50석 마련했다.

또 이들의 관중석 입퇴장이 수월하도록 휠체어 전용 슬로프 4개를 설치했고 전용 엘리베이터도 운행중이다.

청각장애자들이 선수들의 가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보청기에 전파를 송신하는 장치를 갖춘 자리(50석)도 준비했다.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새의 양날개를 형상화한 지붕은 반투명의 테플론막으로 지어 관중은 천연광을 즐길 수 있다.

또 관중석의 3분의 2가 지붕으로 덮여 있어 왠만한 비는 피할 수 있다.

전광판 이외에 높이 10m 길이 25m의 대형 영상 시설을 설치, 멀리 있는 선수의 움직임 하나도 관중이 놓치지 않도록 신경썼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이 장마철이라 잔디 아래 30㎝의 모래를 깔아 물이 잘 빠지도록 했다.

경기장 오른쪽에 장미공원과 자연사박물관 삼림욕장 원예박물관 등이 잘 정돈돼 이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쟁’과 ‘역동성’을 각각 주제로 한 제2,3경기장도 1경기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시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오사카시는 지난해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를 개최했고 올 11월에는 제23회 세계리듬체조대회를 연다.

2001년 제2회 동아시아경기대회를 월드컵의 ‘최종 모의고사’로 삼고 있는 오사카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도 꿈꾸고 있다.

오사카의 숙박 시설은 10개 도시중 최대 규모. 간사이국제공항의 개통으로 이미 많은 호텔이 건설돼 따로 짓지 않아도 방 3만1천개(4만5천3백명 수용)를 확보한 상태.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민도 팔을 걷어붙였다.

96년 8월 1백50여개 각종 경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된 개최준비위원회가 7월 추진위원회로 확대, 개편된다. 추진위는 △대회기간중 시민동원 △자원봉사자 모집과 조직화 △응원단 모집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나이 히로하루 일본월드컵조직위 오사카지부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모든 시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오사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사카는?★

오사카는 도쿄에 버금가는 간사이지방의 핵심도시로 요도강과 야마토강의 삼각주 지대에 자리잡은 ‘물의 도시’.

2백59만5천여명이 사는 일본 제3의 도시로 재일교포가 10만명이 넘게 살고 있다.

4세기부터 나니와항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과의 교류 전진기지로 서일본의 전통적인 상업과 산업의 중심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됐지만 70년 만국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가볼만한 명소★

오사카시 서쪽의 고노하나구. 월드컵을 통해 오사카를 ‘스포츠의 천국’으로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즐거움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려는 꿈이 무르익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한창 건설중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 98년 10월 공사를 시작한 이곳은 2001년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16만3천여평의 대지에 조성되고 있는 이 테마파크에는 ‘쥬라기공원’ ‘터미네이터Ⅱ’ 등의 영화 내용을 놀이시설로 만들어 ‘이색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하나 색다른 재미는 덴포잔에 있는 ‘가이유칸 수족관’.

세계 최대급 수족관에는 진베이 상어가 헤엄치고 있는 등 5백80종, 3만5천점의 어류가 전시돼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식물원과 꽃박물관도 있다.

오사카의 1년은 젊은이들이 알몸으로 부딪쳐 싸우는 ‘도야도야축제’(1월14일)로 시작한다.

축제의 절정은 2002년 월드컵이 열릴 6,7월. 게이샤(기생)가 가마를 타고 행진하는 ‘아이젠 축제’(6월30일∼7월2일)부터 1백척 이상의 다양한 축제배가 요도강을 건너는 ‘덴진 축제’(7월25일)까지 축제가 꼬리를 물고 열린다.

1천4백년의 고도 오사카를 한눈에 보려면 나니와궁이 적격이다. 북쪽에는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7세기에 세운 오사카성 천수각이 97년 대대적인 개수공사를 끝냈다.

〈오사카〓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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