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지구촌 곳곳서 '삐리리릭'…한국 휴대전화기 인기

  • 입력 2002년 1월 9일 17시 41분



“중국에 갈 때마다 한국산 휴대전화기의 인기를 실감합니다.”

지난해부터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 외교’를 위해 중국을 10차례 가까이 다녀온 정보통신부 김동선(金東善)차관. 그는 “중국에 가면 한국산 휴대전화를 구해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많이 받아 흐뭇하다”고 말한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삼성전자의 유럽(GSM)방식 단말기 판매가격은 4000위안(약 50만원) 안팎. 웬만한 중국 직장인의 두세달치 월급에 맞먹는 값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한국산 휴대전화기의 명성은 미국 뉴욕에서도 높다. KT(옛 한국통신) 뉴욕지사의 류재영 부장은 “서비스업체인 버라이존이 공급하는 단말기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것은 LG전자 제품”이라고 귀띔했다. 첨단 정보기기에 익숙한 미국인들조차 한국산 단말기의 작고 깜찍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에 놀란다는 것.

▽세계를 누비는 한국산 단말기〓한국산 휴대전화기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독보적인 상용화 노하우를 지닌 CDMA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유럽과 미국 업체가 독식해온 GSM 분야의 점유율도 계속 높아져 10%에 육박한다. 휴대전화기는 반도체와 PC에 이어 한국 정보기술(IT)분야의 주요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다.

벤처기업 사장 유모씨는 최근 중국 방문 길에 말로만 듣던 한국산 휴대전화기 열풍을 실감했다. 사업상 중국인 여러 명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사업 계획보다는 사업 설명을 위해 가져간 한국산 휴대전화기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말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삼성전자의 PDA형 휴대전화기 ‘PDA폰(SPH-i300)’을 2001년 베스트상품 24개중 하나로 뽑았다. 세계 베스트상품 중 유일한 휴대전화기이자 한국 상품이었다. 미국의 I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커지도 미국의 PC전문지 ‘PC매거진’에 실은 칼럼에서 “이 제품은 작고 디자인이 신선하며 컬러 화면이 멋지다”고 극찬했다.

유럽에서도 한국산 휴대전화기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 김운섭 상무는 “GSM 기반의 2.5세대 서비스(GPRS)가 도입되면서 작으면서도 무선인터넷 기능이 좋은 한국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문 열린 중국 CDMA 시장〓중국 차이나유니콤의 CDMA 상용화로 한국산 휴대전화기가 누빌 무대는 더욱 넓어졌다.

중국은 현재 가입자수가 1억4000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시장. CDMA 단말기 수요는 올해 1500만대에 이르고 해마다 200% 가까이 늘어나 2004년에는 30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CDMA 기술력이 좋은 한국 제조업체들로서는 최대의 기회를 맞은 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내 합작법인을 통해 단말기 생산에 돌입했다. 팬택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등 중견 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수출 물량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한국산 휴대전화기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반드시 낙관할 수는 없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 메이저 업체의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중국의 추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소니 도시바 등 일본 가전메이커가 휴대전화기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무시 못할 변수다.

문이 열린 중국 CDMA 시장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한국 업체들의 중국내 단말기 시장 점유율이 30∼40%에 이를 것이라는 당초 기대는 이미 깨졌다.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합작법인에 대해 연간 생산한도를 각각 100만대로 일단 제한했기 때문.

중국은 자국내 CDMA 단말기에 한국과 다른 가입자식별카드(UIM) 규격을 도입해 한국산 제품의 중국유입 가능성을 막았다. 단말기 국산화율이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격경쟁도 한국 업체로서는 불안스럽다.

통신전문 연구기관인 아틀라스리서치그룹 박종봉 이사는 “앞으로 단말기 분야의 제품 경쟁력은 기술보다는 디자인과 마케팅이 좌우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은 이 두가지 분야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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