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잇몸만 남은 KCC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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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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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승균-강은식 벤치신세… 하승진, 고군분투
‘부상병동’ 투혼, 동부꺾고 2승2패로 몰고가

KCC 허재 감독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텅 빈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차에서 꺼낸 드라이버와 아이언으로 갖고 있던 공 3개를 때렸다. 답답한 마음이 잠시 풀리는 것 같았다. 21일 밤 KCC 숙소였던 원주 오크밸리골프장에서였다. 추승균과 강은식이 부상으로 빠져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부상병동을 이끌고 있는 허 감독이 기댈 언덕은 강한 정신력뿐이었다. 그 역시 선수 시절 눈가가 찢어지고 손가락, 갈비뼈가 부러져도 코트를 지키지 않았던가.

허 감독의 염원대로 KCC는 22일 원주에서 열린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뛰는 선수나 벤치에 앉은 선수 모두가 투혼을 발휘한 끝에 73-67로 이겼다. 두 팀이 2승 2패로 팽팽히 맞서면서 트로피의 주인공은 서울 5∼7차전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5차전은 2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주장 추승균은 경기 전날 후배들에게 8주 진단 사실을 알리며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형들 몫까지 잘해야 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추승균은 경기 때 벤치에서 수시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치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코트에서는 자신을 바람잡이로 자처한 하승진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다짐한 그는 35분 가까이 뛰며 양 팀 최다인 22득점, 12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경기 후 100여 명의 KCC 팬들을 향해 긴 팔을 휘저으며 승자의 기쁨을 만끽한 그는 서있을 힘도 없었던지 코트에 주저앉았다. 하승진은 “내가 오버해야 동료들이 살아난다”며 웃었다. 신명호는 악착같은 수비로 동부 윤호영(2득점) 박지현(7득점) 등을 철저히 봉쇄했다.

1쿼터 초반 0-10까지 뒤진 동부는 심판의 애매한 판정이 아쉬울 만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허재 감독과의 관계를 고려해 항의를 자제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경기 막판 파울 작전도 쓰지 않았다.

원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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