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나주환의 고백 “FA 불운? 나는 행운이 깃든 선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5시 30분


SK 나주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나주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년 전 그해 겨울은 SK 나주환(33)에게 유독 추운 계절이었다. 영하의 온도나 차가운 칼바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프로선수로서 자존심에 입은 상처로 시린 기운이 세차게 파고들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선수인가?’라는 생각만이 온통 머리 속을 스쳤다.

나주환은 2014시즌이 끝난 뒤 프로인생 첫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원 소속팀 SK와의 협상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2015년이 되어서야 1+1년, 총액 5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시 이를 악물었다.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잡생각을 버렸다. ‘SK 왕조’ 시절의 우승, 이미 지나간 FA 계약 등 과거를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효과는 나타났다. 2016년을 끝으로 옵션 계약까지 마친 나주환은 올해도 계속해서 비룡군단의 내야를 책임졌다. 사령탑 교체에 따른 전력개편 과정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도 20개 가까운 홈런(19개)을 때렸다.

맹활약은 더 나은 미래를 제공했다. 나주환은 3억원에 2018시즌 연봉계약을 마쳤다. 아픔을 딛고 일군 성과라 더욱 각별했다. 나주환은 “팬들에게 아직 ‘나주환’이라는 선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매우 만족스럽다. 배려해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FA는 지난 과거에도, 내년 이후 다가올 재자격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내 나이도 되지 않아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다. 나는 오히려 행운이 깃든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을 잊은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는 우승이다. 나주환은 “어릴 때 우승을 경험하고, 나이가 들어 다시 우승을 하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더라. 차이점을 꼭 한 번 느껴보고 싶다”며 내년 시즌 더 높은 비상을 다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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